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중산층의 기준으로 외국어와 스포츠·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알고, 남들과 다른 맛을 내는 음식 한 가지를 요리할 줄 아는 것 등을 꼽았다. 풍요로운 삶의 영위를 위한 필요 요건을 떠나 10여년 전부터 클라리넷을 배워 연주하고 있는 필자에게 악기 연주는 많은 영감과 위안을 주는 고마운 취미다.
클라리넷에 빠져 전 직장에서는 사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주로 사원·대리급으로 구성된 단원들 사이에서 최고령자·유일한 임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이들의 실력과 에너지를 따라가기 위해 남모를 고생도 했다. 때론 구박 아닌 구박을 받으며 한 명의 단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하던 모습이 마치 당시 인기리에 방영 중이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 속 탤런트 이순재씨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쉽지만은 않은 활동이었지만 서로 다른 악기와 개성을 지닌 단원들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협업을 넘어 진정한 조화와 소통임을 알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얻은 값진 교훈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개성 강한 연주자들을 모아 강약과 리듬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휘자는 갖가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을 모아 하나의 소리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실력이 낮은 연주자들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도록 지도하는가 하면 개인의 실력에 기대 너무 튀거나 앞서나가는 소리는 바로잡아 조화로운 선율을 이끌어낸다. 어느 한 파트도 소홀하지 않도록 그들의 소리에 집중하고 하모니를 이끌어내는 지휘자의 모습을 통해 참된 리더의 덕목을 새삼 깨닫게 됐다.
기업의 리더도 지휘자와 마찬가지다. 여러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고 화합과 조율 속에서 멋진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주된 역할이다. 구성원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이들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최상의 팀워크를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기업의 리더를 오케스트라 지휘에 빗대어 부르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는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얻은 교훈과 운영 노하우를 휠라코리아에서도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정례회의 이름을 WE(Weekly Ensemble) 미팅으로 바꿨고 솔직한 소통으로 화합의 기초를 다지고자 사내 인트라넷에 ‘서로를 알자’ 게시판을 만들어 스스로를 소개하는 섹션을 만들었다. 취임 직후 부서를 돌며 회의실에서 직원들과 도시락 미팅도 진행했다. 회사 각 부서와 구성원들은 오케스트라 단원이며, 각 파트가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고안한 묘책들이다.
오케스트라에서 서로 다른 악기,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배려하며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낼 때 완성도 있는 공연이 가능한 것처럼, 개성이 다른 개개인이 조직 내에서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면 희열과 성취감·자부심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어디 회사뿐이랴. 조직의 규모를 떠나 가정에서부터 사회까지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필요로 하는 조직이라면 어디에나 통하는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