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진 11월 가을밤, 사랑에 관한 ‘3색 아리아’가 오페라 무대를 물들인다.
세종문화회관과 한국오페라단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오는 8~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독일 출신의 헤닝 브록하우스 버전으로 그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무대 벽면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거울을 동원한 파격적이고 화려한 연출로 ‘거울 라 트라비아타’라는 이름까지 얻으며 1992년 초연 후 전세계 오페라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브록하우스는 “19세기 프랑스 고급 창부와 귀족 청년의 비극적인 사랑을 관객들이 마치 몰래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거울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비운의 주인공 비올레타 역에 소프라노 글래디스 로시, 알리다 베르티가 더블 캐스팅됐다. 알프레도 역에 테너 루치아노 간치가 이승묵과 교체 출연하고, 제르몽 역에는 국내에 상당한 팬을 거느린 바리톤 카를로 구엘피가 장유상과 번갈아 무대에 선다.
국립오페라단은 16~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법에 걸려 백조가 돼야 했던 왕자 로엔그린과 그를 사랑한 공주 엘자의 사랑 이야기 ‘로엔그린’을 선보인다. 3막에 등장하는 ‘혼례의 합창’이 유명한 작품이다. 1976년 국내 초연 이후 40년 만이다. 2008년 국립오페라단의 ‘살로메’ 연출했던 카를로스 바그너가 이번에도 연출을 맡는다. 풍부한 성량과 중후함으로 호평을 받는 러시아 출신의 베이스 미하일 페트렌코가 하인리히왕을,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노래했던 김석철이 로엔그린을 각각 맡는다. 엘자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이 캐스팅됐다.
오페라 작품 중 가장 관능적이고 섹시한 사랑을 노래하는 비제의 ‘카르멘’은 성남문화재단이 대구오페라단과 합작해 17~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은 현재 경기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성시연이 국내에서 오페라 전 막을 지휘하는 첫 무대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카르멘 역과 돈 호세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엘레나 막시모바와 테너 한윤석이 맡았다.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으로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 전체 그랑프리를 차지한 몽골 바리톤 아리운바타르 간바타르가 출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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