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朴 대국민담화 선 긋고 원칙만 강조...알맹이 없는 '9분20초' 논란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10시30분께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10시30분께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차갑게 돌아선 국민 앞에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날 대국민 담화는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며 ‘부주의했다’는 식으로 스스로 책임을 한정 짓는 모양새여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면서도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에 책임을 통감한다고는 했지만 비리 행태에 있어 최순실씨와 본인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박 대통령은 ‘경계의 담장’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던 와중에 최씨의 도움을 받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듣는 이의 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배경 설명에만 지나치게 집중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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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수습해 나갈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않은 채 ‘원칙’만 강조하는 데 그치면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됩니다”라며 국정 수습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날 대국민 담화가 이뤄지는 9분20여초 동안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 한다”는 원칙만 되풀이한 셈이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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