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논란’ 소송전 갈듯

메디톡스 기자간담

"법적 분쟁 우리도 원하는 바" 소송 가능성 내비쳐

정현호 대표 "대웅제약 우리 균주 훔쳐갔을 의혹"

여성의 피부미용에 주로 쓰이는 ‘보톡스’의 원료물질(균주) 출처를 놓고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휴젤이 벌이고 있는 논쟁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메디톡스는 4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에서 기자 설명회를 열고 “보톡스 균주 관련 법적 분쟁은 우리도 원하는 바”라고 밝혔다. 전날 대웅제약이 “메디톡스가 보톡스 균주 관련 공격을 계속하면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곧바로 반격한 것이다.

메디톡스는 이날 또 “대웅제약과 휴젤은 보톡스 균주의 출처와 유전체 검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압박을 계속했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가 보유한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메디톡스는 “분석 결과 메디톡스의 균주는 대표적인 보톡스 균주로 꼽히는 ‘Hall(홀)’ 균주와 염색체가 99.9%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 제품은 출처와 안전성 등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은 그동안 유전체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3일 “논란이 계속되면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톡스 균주 논란은 메디톡스가 지난달 “대웅제약과 휴젤의 균주 출처가 미심쩍다”고 문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메디톡스의 균주는 보톡스 연구가 활발한 미국 위스콘신 대학에서 들여왔다는 점이 분명한데 대웅제약과 휴젤은 명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메디톡스는 특히 경쟁사들이 자신들의 균주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이날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대웅제약이 우리 균주를 훔쳐갔다는 의혹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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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논란의 배경은 근본적으로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경쟁에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메디톡스는 2013년 보톡스 세계 1위 업체인 앨러간(Allergan)과 기술 수출 계약을 맺고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보톡스 생산공장 설립이 늦어지면서 임상·허가 절차도 지연됐고 그 사이 대웅제약과 휴젤이 미국 시장 출시에 더 가까워졌다. 현재 대웅제약은 임상 3상을 마치고 품목 허가 신청 준비 중이며 휴젤도 임상 3상 중이지만 메디톡스는 아직 3상에 진입하지 못했다. 결국 메디톡스가 경쟁사들의 균주 출처가 의심스럽다는 점을 집중 공격하는 것은 미국 시장 진출이 뒤쳐진 상황을 만회해보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메디톡스는 ‘앨러간과의 기술 수출 계약이 반독점법 등 위반으로 미국에서 소송을 당했다’, ‘메디톡스의 미국 임상이 늦어지는 것은 앨러간이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등의 의혹까지 제기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소를 제기 당한 것은 맞지만 그 자체로 계약에 변동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며 “앨러간과 밀접한 협업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고의 지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인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톡스 균주 출처 논란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톡스 균주 출처와 안전성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과정에서 자연히 밝혀질 문제인데 국내 업체들끼리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건 집안 망신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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