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이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내년에 맞춰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동상을 세우기로 한 계획이 최근 알려져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박근혜 대통령이 주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광화문 앞 광장에는 1968년 건립된 조각가 김세중(1928~1986)의 ‘충무공 이순신 동상’을 비롯해 2009년에 들어선 조각가 김영원의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잡고 있기에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광화문 동상 시대’를 연 사람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박 전 대통령 재임시기이던 1966년 조직된 ‘애국선열조상위원회’는 민족의 귀감이 될 인물을 선정해 동상을 건립하는 게 목적이었고 68년부터 이순신·세종대왕·사명당·이이·원효·김유신·을지문덕·유관순·사임당·정몽주·정약용·이황·강감찬·김대건·윤봉길 등 15개 동상을 72년까지 집중적으로 세웠다. 대부분 대기업의 헌납으로 만들어졌지만 광화문의 상징이 된 이순신 동상은 박 전 대통령이 제작비를 댔다. 이들 동상은 한결같이 손을 들어 대중을 이끄는 선지자의 모습을 보인다. 오른손으로 시선을 끌어모아 위엄을 과시하던 것은 고대 로마황제의 조각을 본 딴 듯하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동상’은 그의 80세를 기념하고자 제작돼 1956년 남산의 3,000평 부지 270평 크기 좌대에 높이 81척(약24.5m) 짜리 “세계 굴지의 동상”으로 우뚝 섰다. 당시 돈 2억656만 환이 들었다. 그러나 4·19혁명 직후인 1960년 7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동상은 철거됐다. 조각가 문정화가 제작해 탑동공원(파고다공원)에 세워진 이승만 동상은 4·19 혁명 당시 시위대에 끌려다니는 수모를 겪었다.
근현대 조각사(史) 연구자인 조은정 한국인물미술사학회 회장이 최근 출간한 ‘동상’에 기록된 우리나라 동상의 역사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때 계몽을 빌미로 한 통치수단으로 생겨난 한국의 ‘동상’은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다 지금은 문화·관광 상품으로 경제적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공의 장소에 자리를 차지한 동상은 한 인물을 기념하며 그 업적을 시각화 해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 시대 소통의 도구”이며 “정치적 도구이자 심리적 억압의 도구로 작동”한다. 그는 “지배자의 권력 수호를 위해서든, 학교 설립자에 대한 존경과 감사이든 동상은 인간의 형태를 통해 그 시대의 관념을 기록한다”면서 “그러나 그 사건이나 역사를 기억할 필요가 없을 때, 동상의 의미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을 때, 혹은 동상을 제작한 작가의 역사의식에 의해서 동상은 사라지고 다시 세워지기도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