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비독일 유럽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가 급감한 상황에서 영국·스웨덴·이탈리아 등 비독일 브랜드가 틈새를 비집고 입지를 확대했다. 독일차가 여전히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디자인과 감성을 내세워 국내 소비자들을 파고 들고 있어 수입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유럽 브랜드는 지난달까지 14만2,314대를 판매해 76.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이 4.3%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일본(23.8%)과 미국(3.0%) 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도 부침이 심했다. 독일 브랜드가 15.3% 감소했고 프랑스는 40.8%나 급감했다. 반면 영국은 40.6%나 늘었고 스웨덴과 이탈리아 브랜드는 각각 27.4%와 10.6%가 늘었다.
독일 브랜드의 부진은 디젤게이트와 인증 서류 조작으로 판매 정지를 당한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은 지난달까지 판매량이 각각 38%와 54%가 줄었다. BMW도 3% 감소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16.6%가 늘면서 선전했지만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 감소폭이 워낙 큰 탓에 독일 브랜드의 후진을 막지는 못했다.
푸조 판매량이 47%나 감소하면서 프랑스 브랜드도 약세를 보였다. 시트로엥은 ‘C4 칵투스’가 출시되면서 판매가 38% 늘었지만 전체 판매대수가 654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영국 브랜드는 재규어·랜드로버·미니가 선전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재규어는 중형 세단 ‘뉴 XE’와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SUV) ‘F-페이스’를 앞세워 10월 누적 판매량이 35.4%가 늘었고 랜드로버 역시 ‘디스커버리’가 5,000대 이상 팔리면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5%나 증가했다. 랜드로버는 올해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 신장율을 기록 중이다. BMW 그룹 계열인 미니 역시 ‘뉴 클럽맨’이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가 18.7% 늘었다.
볼보의 약진으로 스웨덴 브랜드도 입지를 넓혔다. 볼보는 올해 플래그십 SUV ‘올 뉴 XC90’ 출시 효과를 톡톡히 봤다. 6~10월에 총 520대가 팔린 올 뉴 XC90은 볼보차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려 다른 차급의 SUV는 물론 ’S60’과 ‘S80’과 같은 세단 판매 증가로도 이어졌다. 볼보는 지난달까지 4,269대를 판매해 27.4%가 늘었다. 플래그십 세단 ‘S90’이 가세하면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감이 미약하지만 독특한 감성을 앞세워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피아트는 소형차 ‘500’과 ‘500C’가 각각 269대, 105대가 팔리는 등 지난달까지 542대를 판매해 전년 대기 8.8%가 늘었다.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올해 13대가 판매됐다.
수입차협회에 가입하지 않아 신규 등록대수가 공식 집계되지 않은 마세라티까지 포함할 경우 이탈리아 브랜드의 판매량은 더욱 늘어난다. 마세라티는 지난달까지 약 1,000대가량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가 꾸준히 팔리고 있는 가운데 이달 중으로 브랜드 첫 SUV인 ‘르반떼’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마세라티는 올해 전년 수준인 1,400대가량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독일 유럽 브랜드의 약진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로 독일차에 대한 인식이 다소 나빠진데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닌 영국·스웨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면서 “브랜드 혁신에 성공하며 신흥 강자로 부상한 재규어·랜드로버와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는 볼보, 차별화된 감성을 강조하는 마세라티 등이 독일 브랜드 위주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