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선 후퇴라는 표현이 각자 입장에서 편하게 얘기하는 것일 뿐 현행법에 있는 말은 아니다”라면서 “(총리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느냐가 문제이지 그 용어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소한 2선 후퇴의 형식으로는 권한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은 외교와 의전 등 외치(外治)만 맡고 내치(內治) 전반은 총리가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적 형태의 권력 분점만이 정국을 푸는 해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개헌도 안 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서 일할 수 있는 그런 건(역할은)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 “총리가 여야와 협의해서 힘있게 내정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내치와 외치를 법적으로 분명히 자를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용어일 뿐”이라면서 “결국 총리가 얼마나 힘 있고 권한 있게 일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차기 총리와 업무 범위를 명확히 분장할 생각도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만에 하나 이런 상태에서 김병준 후보자가 총리가 된다면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문제에서 청와대와 총리의 입장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는 참모진과 박 대통령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 같다는 얘기가 나돈다. 참모진 중에서는 박 대통령이 권한 이양을 신속히 선언해 정국 혼란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보는 인사가 많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대응뿐만 아니라 개인의 명예 차원에서도 2선 후퇴 등 ‘권력을 제한당하는’ 모양새는 최대한 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수사 대상이자 정치적 절벽에 몰린 박 대통령과 참모진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정말 다 내려놓는다면 법무부·검찰·경찰·국정원 등 본인의 수사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는 물론 차기 권력의 향배와도 관련된 권력 기관들까지 손에서 놓아야 하는데 그걸 쉽게 결심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