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고민 깊어지는 문재인...신중함 강조하며 당과 다른 행보

최순실 게이트 초반 강경 모드에서 비판 수위 낮춰

야권 후발주자에 비해 앞선 지지율에 자신감

책임감있는 정치리더의 자질 보여주며 신중모드 이어질 듯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국가 위기 상황 극복과 시국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린 사회원로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재희(왼쪽부터) 전 노동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재인 전 대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국가 위기 상황 극복과 시국 해법 모색을 주제로 열린 사회원로들과의 대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남재희(왼쪽부터) 전 노동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재인 전 대표,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불거진 초반만 해도 강하게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으나 점차 발언을 자제하고 그 수위도 낮추는 추세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동반 지지율 붕괴로 반사효과를 누리며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자 역효과를 우려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도 거세지자 다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할지 문 전 대표의 셈법은 점차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문재인 전 대표는 7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사회 각계 원로들을 만나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국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이날 문 전 대표가 만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 등도 야권의 지나친 강경 모드를 우려하며 문 전 대표의 차분한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남 전 장관은 “문 전 대표가 가장 신중하고 바른 태도를 지니지 않았나 싶다. 하야 주장은 국민 감정으로는 맞지만 정치의 진행과정을 고려하면 좀 성급한 얘기”라며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고 했다. 남 전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이미 대통령이 좀비가 됐다. 국정운영이 지속이 안 된다”며 하야나 탄핵 등 급진적 요구를 자제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안 전 위원장 역시 “아주 극단적인 것보다는 지금 시점에서 신중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며 “국정을 이끌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현실적인 입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개헌 문제도 끄집어낼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헌법을 갖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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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당분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회 원로들을 만나 차례로 조언을 구하기로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등을 요구하는 강경론자들과는 다른 행보다. 야권의 대응이 정권 퇴진을 주장하며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도 거리를 두는 양상이다.

이는 현재로서는 조기 대선을 치를 경우 가장 강력한 대권 주자라는 자신감에 정치공학을 이용하는 모습보다는 선발주자의 이점을 살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수개월째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선두를 유지해온 여권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꺾고 1위에 올라서고 있다.

헌정 중단 사태는 막아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 속에 사태 해결에 무게를 두는 것은 책임감 있는 정치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원로들을 만나서도 “여당도 야당도 오늘의 이런 사태를 만든 데 함께 책임이 있다는 그런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또 국민들의 뜻을 정치적으로 실현해낼 수 있도록 함께 역량을 모으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여야가 해야 될 책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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