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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혼숨' 이수빈① "페이크다큐? 한 편의 연극 같았죠"

이 기사에는 작품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녀의 연기를 처음 접한건 2012년 초 겨울이었다. 뮤지컬 ‘영웅’에서 18살 청년 독립운동가를 짝사랑하던 17살 소녀 ‘링링’을 연기한 이수빈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무대를 청명한 목소리로 가득 채웠다.

시간은 4년이 흘러 그녀도 소녀티를 벗었다. 21살이 된 이수빈은 영화 ‘혼숨’을 통해 눈에 띌 만큼의 성장을 보여줬다. 따돌림을 당하던 소녀가 친구들의 ‘혼숨’놀이에 말려들고, 태워 없애야 하는 인형이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공포의 순간, 귀신에 손에서 빠져나가지 못한 채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을 완벽한 감정연기로 소화해냈다.

4년 전 소녀에게 ‘계속 연기를 할 생각이냐’고 던졌던 질문을 다시 건넸다. 당시 “확실히는 모르겠다”던 그녀가 이번에는 “좋다. 해내고 싶다. 정말 잘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훌쩍 성장한 연기력만큼이나 강해진 연기에 대한 의지가 느껴졌다. 앳된 소녀의 목소리에서 베테랑 배우의 관록이 묻어났다.

영화 ‘혼숨’에 출연한 배우 이수빈. /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혼숨’에 출연한 배우 이수빈. / 사진=지수진 기자


Q. 소재가 독특하다. 분신사바 세대가 보기에 ‘혼숨’놀이는 다소 낯선 면이 있다.



캐스팅 후에 조사를 하다보니까 학생들이 많이 알고 있었어요. 특히 중학생들의 경험담이 많던데요. 연령대가 있는 분들은 ‘분신사바’ 생각하시면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극중 ‘선영’은 왕따를 극복하기 위해 위험한 놀이에 나선다.



전학을 오면서 적응하기 힘들었고, 여러 소문이 퍼지면서 이미지도 안좋아진 상태죠.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혼숨을 하는 영상을 올리는걸 보고 ‘나도 저걸 하면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시도했는데 마지막에 태워버려야 하는 인형을 친구들이 빼돌려요. 그게 정말 무서운 행동이었다는걸 그때는 몰랐던 거죠.

Q. 인형을 잃어버린 뒤 이야기는 시간을 훌쩍 건너뛴다.



혼숨을 했던건 1~2년 전이에요. 선영은 그 시기 홀로 시달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종교나 주술처럼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귀신에게서 벗어나려 하죠. 영화에 등장하는 섬 장면에 선영이 나타났던 이유도 이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상황과 같은 기운을 느끼게 돼 찾아간거죠.

영화 ‘혼숨’에 출연한 배우 이수빈. /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혼숨’에 출연한 배우 이수빈. / 사진=지수진 기자


Q. 부적, 주술 등 많은 수단을 활용하는데 다 실패한다.




선영이 무당을 직접 찾아간다? 그런 생각은 안들었어요. 이유는 무서우니까. 선영은 무당을 직접 만날 용기도 없는 아이에요. ‘넌 더 이상 안돼’ 하는 말을 들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부적도 써보고, 머리도 태워보고, 칼을 놓고 자기도 하고, 절박하게 움직이죠. 소문에 맞설 힘도 없어서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고작 혼숨하는 아이가 귀신의 씌인 상황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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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BJ야광(류덕환)을 사건이 발생한 고시원으로 끌어들이는 이유 역시 ‘대신 해결해달라’는 뜻인가



그런 마음이 없을수는 없겠죠. 귀신을 부정하고 가볍게 여긴 사람이잖아요. 선영이 시도한 무수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해결의 실마리 하나라도 잡아보려고 칼을 베게 옆에 두고 자기까지 하잖아요. 이 과정에서 선영이 그 정신에 어떻게 아프리카TV를 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감독님과 상의 끝에 찾다찾다 BJ야광 이야기를 듣게 됐다고 결론내렸어요.

Q. 류덕환과는 첫 호흡이다.

류덕환 오빠는 정말 똑똑하고 의지가 많이 됐어요. 오빠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었다고 할 수 있죠. 이야기도 많이 나눴고 여러 방향에서 도와줬어요. 특히 ‘이렇게 하자’고 한 번도 강요한적이 없어요. 늘 ‘어떻게 하는게 좋겠냐, 너는 어떠냐, 그럼 내가 이렇게 도와줄게’ 하며 항상 리액션을 맞춰줬죠. 우리끼리 약속이 중요한 작품이니까 배려가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영화 ‘혼숨’에 출연한 배우 이수빈. / 사진=지수진 기자영화 ‘혼숨’에 출연한 배우 이수빈. / 사진=지수진 기자


Q. 장르적 특성상 롱테이크가 유독 많다.

페이크다큐를 표방하는 만큼 한 신을 한컷으로 찍는 경우가 많았어요. 찍으면서 연극같다는 느낌도 많이 들었죠. 한번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하니까 많이 찍기도 했고. 연극처럼 연습도 하고 합도 맞추며 진짜 영화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심지어 카메라감독님도 실제 BJ야광이 촬영하는 것처럼 연기를 해야 했죠.

Q. 촬영 중 감정 컨트롤도 쉽지 않았을 텐데.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살고 싶다,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촬영장보다는 혼자 있을 때가 더 무서웠고. 자려고 해도 공기가 다른 느낌? 차라리 빨리 촬영장에서 이 느낌을 표출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특히 촬영기간에는 많이 예민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일부러 어두운 골목길에 혼자 돌아다니며 지나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려고 노력했어요. 그걸 보며 내 숨통을 조여온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비슷하게 이 상황을 공감하려고 애썼죠.

인터뷰②에서 계속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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