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JOY RIDE ¦ 볼보 S90

10년 만에 돌아온 '스웨디시 젠틀맨'

볼보의 안전·디자인 철학을 뽐내다




<이 콘텐츠는 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6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볼보 S90은 자동차 안전을 중시하는 볼보의 철학과 북유럽 디자인 미학이 담긴 프리미엄 세단이다. 단종된 볼보 S80을 대체하는 볼보 최고급 모델로,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소개된 후 최근 국내에도 출시됐다. 볼보는 독일차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S90에 각종 안전·편의 장치를 장착했다. 볼보의 간판 세단으로 돌아온 S90을 소개한다. 포춘코리아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볼보가 플래그십 세단 S80을 대체한 S90을 내놓았다. S80 등장 이후 10년 만이다. S90은 국내에서 지난 9월 26일부터 사전계약을 실시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코리아)는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 S90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90이 속한 중대형 세단은 국내 수입차 판매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S90의 경쟁상대로 벤츠·BMW·아우디를 지목하면서 올해 전체 판매량을 5,200대 정도로 잡고 있다. 2013년 1,960대였던 볼보코리아의 판매량은 2014년 2,976대, 2015년 4,238대로 꾸준히 늘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9월 말 S90 T5(가솔린 엔진)와 S90 D5 AWD(디젤 엔진, 상시 사륜구동) 모델을 동원해 시승 행사를 열었다. 인천시 영종도와 송도 일대 왕복 110km 구간을 달리면서 S90의 상품성을 직접 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직접 마주한 S90은 간결하고 세련된 모습이었다. 볼보는 여유롭고 기품 있는 북유럽 신사를 닮은 S90에 ‘스웨디시 젠틀맨(Swedish Gentleman)’ 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S90은 길이 4,963mm, 넓이 1,879 mm, 높이 1,443mm, 축거 2,941mm 크기를 갖고 있다. 동급 독일 차량보다 차체를 최대한 낮고 넓고 길게 설계했다. 최대한 차체 앞쪽으로 붙여 놓은 앞바퀴는 S90을 더욱 스포티하게 만든다. ‘T’자를 옆으로 눕힌 모양의 헤드램프와 움푹 들어간 라디에이터 그릴에선 역동성을 강조했다. 후드 양쪽 가장자리에서 시작되는 두 선은 차체 옆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단단한 느낌을 풍긴다. 뒷모습도 강인해 보인다. 강한 직선을 살렸고 콘셉트카에서나 볼 수 있는 ‘ㄷ’자형 후방램프를 달았다. 독창적인 스타일이다.

문을 열고 실내를 살피면 흔히 말하는 북유럽 스타일이 펼쳐진다. 차량 내부 대부분을 호두나무와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치장하고 크롬 메탈로 포인트를 살렸지만 글래머러스한 느낌을 주진 않는다. 기능미를 살린 간결한 디자인을 통해 과하지 않고 차분한 실내를 연출하고 있다. 운전석 가운데 센터페시아에는 아이패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세로형 9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스마트폰을 조작하듯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기존 차량들과 달리 최소한의 버튼만 장착돼 깔끔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한다.




‘ㄷ’자형 후방램프가 돋보이는 S90의 뒷모습.‘ㄷ’자형 후방램프가 돋보이는 S90의 뒷모습.


S90 D5 AWD 차량에 올랐다. 변속기 아래 달린 시동 스위치를 오른쪽으로 돌려 S90 D5 AWD를 깨웠다. 묵직하게 돌아가는 디젤 엔진이 느껴졌다. 2리터짜리 4기통 디젤 엔진에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파워펄스(Power Pulse)’ 기술이 녹아 있다. 파워펄스는 압축한 공기를 미리 저장해 놓았다가 시동 직후나 저속 상황에서 빠르게 속도를 높이고자 할 때 터보차저(배기가스로 터빈을 회전시켜 공기를 압축해 실린더에 넣는 시스템)에 불어넣어 순간적으로 강력한 힘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터보차저보다 힘을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져 부드러운 주행을 돕는다. 이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묶여 4,000rpm에서 최고 출력 235마력, 1,750~2,250rpm에서 최대 토크 48.9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시승 코스 중간 지점에서 S90 T5 모델로 차량을 바꿔 탔다. S90 T5는 2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에 터보차저를 적용했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5,500rpm에서 최고 출력 254마력, 1,500~4,800rpm에서 최대 토크 35.7kg·m를 발휘한다. 가솔린 모델의 경우 가속페달 조작에 따라 엔진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속에선 가볍고 고속으로 갈수록 무게감을 더하는 운전대 반응 역시 전반적으로 단단한 세팅을 유지한 하체와 궁합이 잘 맞았다. 코너를 돌 때도 상당히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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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델 모두 최대 토크는 엔진의 저회전 구간부터 터져 나온다.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엔진이 가진 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S90 T5 모델은 비교적 더 고른 구간에서 토크가 최대로 발휘돼 주행 내내 운전자 의도대로 차량을 움직일 수 있었다. S90 D5 AWD는 최대 토크 자체가 S90 T5보다 높아 치고 나가는 힘이 T5보다 앞섰다. 폭발적인 힘은 사륜구동 시스템과 조합돼 차량을 안정적으로 제어했다. 시승 당일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었지만, 고속이나 선회 주행 시 안정적인 주행을 할 수 있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S90 T5가 6.8초, S90 D5 AWD가 7초다. 묵직한 핸들링 감각과 부드러운 제동력 등 볼보가 지녔던 장점은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순발력까지 더한 셈이다.




1. 바워스&윌킨스가 만든 스피커가 고급스럽다. 2. 넓직한 뒷좌석 공간. 3.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는 흔히 말하는 ‘북유럽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1. 바워스&윌킨스가 만든 스피커가 고급스럽다. 2. 넓직한 뒷좌석 공간. 3.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실내는 흔히 말하는 ‘북유럽 스타일’을 떠올리게 한다.


시승에 사용된 S90 T5와 S90 D5 AWD 차량은 모두 최상위 ‘인스크립션(Inscription·사전적 의미로 책이나 금석 등에 새기는 표식을 뜻한다. 볼보를 대표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적용했다는 의미에서 이 용어가 사용된다)’ 트림이었다.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인간의 척추를 닮은 인체공학적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1열 운전석과 동승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넣었다. 모든 유리창은 이중접합유리로 만들어 정숙성을 더욱 향상시켰다. S90 T5의 경우 시승 당일 비가 내렸음에도 실제 주행 시 차체에 부딪히는 비바람 소리 외에 어떠한 소리도 실내로 유입되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S90 D5 AWD는 디젤 엔진음의 유입이 다소 있었지만, 동급 모델들과 비교해 정숙성이 우수한 편이었다.

인스크립션 트림에서만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호사는 오디오 시스템이다. 운전석 대시보드 상단 중앙에 있는 동그란 스피커와 크롬 메탈 덮개에 감춰진 스피커는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윌킨스(B&W)’ 제품이다. 볼보 S90 인스크립션 트림 차량은 스피커 19개가 곳곳에 배치돼 있어 깊고 풍부한 음향을 제공한다. 시승에 앞서 음향 시스템을 소개한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다른 독일 브랜드 고급 차량에도 최고급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돼 있지만, S90 인스크립션 트림에 들어간 B&W 시스템은 왜곡 없는 명확하고 꽉 찬 소리를 들려준다”면서 “이 정도 음향을 차량에서 듣기 위해선 애프터마켓에서 1억 원 가까이 오디오 시스템에 투자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 주행 시 차량 내부를 채우는 명료하면서도 웅장한 소리는 시승을 한층 즐겁게 했다.

S90은 각종 주행 안전 기능과 반자율주행 기능이 돋보이는 차량이다. 볼보는 “2020년까지 볼보 차량을 탄 운전자나 승객이 사고로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일이 한 건도 없는 안전한 차를 만들어내겠다”는 ‘볼보 비전 2020’ 을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S90은 각종 안전 기능이 종합된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 기능을 전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했다.

주행 중 반자율주행 기능 ‘파일럿 어시스트 2(PA2)’를 사용해봤다. PA2는 전방에 감지되는 차량이 없어도 최고 시속 140km를 유지하며 차선 이탈 없이 달릴 수 있게 해준다. 특히 PA2는 스스로 운전대를 움직여(조향 지원) 차량이 차로 한가운데에서 주행할 수 있게 돕는다. 주의할 점은 PA2가 차선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에서만 활성화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차선을 인식할 수 없는 경우 조향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속도와 거리 제어 기능만 유지한다. 차선을 인식하면 PA2는 다시 작동된다. PA2는 빗길에서도 앞 차량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 부드러운 가속과 제동을 이어갔다.

S90에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대형 동물 감지 기술이 모든 트림에 적용됐고 교차로 추돌방지 시스템도 항상 작동한다. 긴급제동 성능도 우수하다. 앞차와의 간격이 좁지만 브레이크가 덜 밟혔을 때 계기반에 빨간 경고등이 깜박이며 뜬다. 순간 안전벨트는 꽉 조여지고 저절로 브레이크가 최대로 밟히면서 차는 멈춰 선다.

S90은 최고 수준의 안전 기술과 매력적인 오디오 시스템 등 1억 원대 이상 최고급 차량에서 볼 수 있는 사양을 갖추고 있다. S90 국내 출시 가격은 5,990만 원에서 7,490만 원이다. 성능 대비 가격 측면에서 동급 어느 모델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는다. S90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강력한 경쟁자를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볼보의 의지가 실현될 것인지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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