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판도라' 박정우 감독 "원전폭발, 사명감 책임감으로 접근"

사상 초유의 지진, 이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폭발을 소재로 눈길을 끄는 영화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이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11월 9일(수)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판도라’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박정우 감독과 배우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으로 원자력발전소 ‘한별 1호기’의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최악의 사태를 유발할 2차폭발의 위험에서 더 큰 참사를 막기 위해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박정우 감독은 “처음 시작하면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제작 초기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재난, 정권의 어수선한 모습까지 모두 실제로 눈 앞에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외압은 예상했으나 실질적으로 그런 부분 때문에 개봉이 늦어진건 아니”라며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혹시 모를 의혹은 사전에 차단했다.

‘판도라’는 제작기간만 4년이 소요될 만큼 공을 들인 작품이다. 박 감독은 “자료조사나 시나리오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초고를 쓰는데만 1년, 촬영에 1년 반, 이후 CG를 포함한 후반작업, 배우들의 후시녹음까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원자력발전소를 구현하는데에도 애를 먹었다. 박정우 감독은 “발전소 운영에 대한 자료, 문제제기한 자료는 많다. 그러나 실제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야 하는 만큼 실재감 있는 세트를 만들어야 했다”며 “필리핀에 고리원전과 유사한 관광시설이 있다. 그곳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하고 세트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권 수뇌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큼 정부비판의 맥락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박 감독은 “공교롭게도 4년 전에 쓴 시나리오가 지진이며 현재 정국과 맞닿아 반갑지는 않다”며 “대통령은 멋있게 만들면 비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만들면 짜증이 난다. 김명민을 두고 심성은 국민을 걱정하고 의욕적이지만, 주변 시스템이 대통령을 무기력하게 만들면서 결국 좌절하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나서서…. 거기까지”라고 현실과는 다른 이야기를 그릴 것을 예고했다.

작품은 재난보다 희망을 이야기한다. 박 감독은 “이 소재로 영화를 만들 때 희망을 줄 수 있는 탈출구가 없다면 관객을 겁주기 위한 작품이 된다”며 “원전은 한번 사고가 나면 수습할 수 없기 때문에 되도록 사고가 나는걸 막는 것이 최선이다. 관객들이 원전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면 조금 더 안전한 세상이 오지 않으까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에 관련된 얘기는 사고가 벌어지는 이후의 상황들이 상상 이상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꼭 다뤄야 한다고 생각해 실행했다.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단순히 잘될거라는 생각 외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진지하게 접근했다”며 기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