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도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하나?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한국 '국정농단' 사태 이어

트럼프 美 대통령 당선까지

불확실성이 팽배한 세상

보편적 진리는 어디에 있을지…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지난 한 주 동안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마음에 아픔으로 다가왔던 만남들이 몇 있었다. 먼저 하루 종일 교회 일을 하고 퇴근한 후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이 된 목사님이었다. 하나님께서 선한 목적을 따라 세상을 섭리(攝理)하시는 것을 신앙으로 고백하지만 연세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평소 건강이 좋지 않은 분도 아니었는데 경각 중에 어려운 일을 당한 목사님과 사모님을 뵙고 돌아오는 시간 내내 마음이 정돈되지 않았다.


또 지난 2월 대학원을 마치고 10여 개월을 취업준비에 집중한 제자와의 만남 역시 마음에 아픔으로 다가왔다. 이미 40장 정도의 자기소개서와 취업원서를 썼는데 최종합격 통지서를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제자는 이런 말을 했다. “1초 후에 일어날 일만 알아도 천지를 호령할 텐데….” 자신이 처한 현실의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야기에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떠돌아다녔다.

갓 마흔을 넘긴 교회 성도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대뜸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꿈꾸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도 많이 하고 비판도 많이 하는데 꿈을 꾸기에는 현실이 너무 버겁고 비참합니다.”

목회자는 일의 특성상 좋은 일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목적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근에 만났던 만남들을 가만히 보니 기쁘고 생기 넘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최소한 한 가지, 아니 수두룩하게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 한 여인의 국정농단으로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표정이 실망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나 지금 울고 싶으니 저의 뺨 좀 때려 주실래요?’하는 표정으로 사는 2016년 11월 대한민국의 딱한 현실 속에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님 도대체 살아계시기나 한가요”라고 묻고 싶은 불편한 진실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마음 아린 상황들은 자괴감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금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는 어느 사회학자의 평가에 전적인 동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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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대선 결과만 놓고 봐도 그렇다.

2008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가 트럼프의 승리로 기울던 오후11시에 내놓은 ‘우리가 몰랐던 나라’라는 제목의 글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은 나를 비롯해 아마도 ‘뉴욕타임스(NYT)’를 읽는 대다수 독자들이 우리가 사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시작되는 글은 “이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지 모르겠다”는 말로 계속 이어진다. 결국 모두가 알고 있는 진리였지만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불확실성의 원리만이 이 세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라는 말로 들린다. 정말 지금의 세상을 보면 도무지 무엇을 믿고, 무엇에 기대며 살아야 할지 온통 불확실성 천지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야 하는 세상이기에 또 “도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하나”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 원초적인 질문 앞에 족집게같이 대답해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자세히 보면 ‘아니면 말고’ 식이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후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절대 믿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뼈아프게 절감하는 현실 속에서 노벨상을 탄 석학조차도 ‘어디로 향해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것을 보며 절대 신뢰가 가능한 변질되지 않는 진리는 없는가에 대해 다시 자문하게 되는 스산한 2016년 11월이다.

이상화 드림의교회 담임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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