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금융 족쇄' 도드-프랭크 법안 폐기선언...트럼프노믹스 시작됐다

TPP 폐기 이어 '오바마 레거시' 잇따라 백지화 수순

금융시장 '트럼프 공포' 대신 단기 부양 기대 높아져

구체적 방안 안나와...불확실성 길어지면 美경제 타격

교역위축·재정악화 등 장기적 여파 경계 우려도 여전



도널드 트럼프 인수팀이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버락 오바마 정권에서 도입된 도드프랭크 법안의 폐기 방침을 공식 선언하면서 ‘성장률 4%’ 목표를 향한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 일명 ‘트럼프노믹스’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앞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 미 공화당 의회 지도부가 연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바마 정권의 금융규제 법안도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미국 경제는 지난 8년간의 오바마 정권 시절에서 극적인 ‘U턴’이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팀은 대선 승리 하루 뒤인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도드프랭크 법안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률로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도드프랭크 법안은 금융시스템 관리를 강화하고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 재연을 막기 위해 2010년에 도입된 법안으로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특히 도드프랭크법 폐기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던 월가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상업-투자은행 분리 정책을 7년 만에 백지화하는 것이어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인수팀은 “도드프랭크 법안을 실행한 지 6년이 지나도록 미국은 대공황 이후 가장 느리고 미지근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에도 규제 완화를 위해 이 법안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럼프 당선 이후 경기부양 기대감에 호조를 보였던 금융시장은 월가 은행들을 옭아맸던 족쇄가 풀린다는 소식에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지수는 1.17% 오른 1만8,807.88에 거래를 마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주는 9일부터 이틀 사이 4%대의 강세를 보였다. 달러화도 연일 강세를 보이며 엔·달러 환율은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106.95엔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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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융시장이 ‘트럼프 효과’에 휩싸이면서 선거 전 지배적으로 제기됐던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우려는 단기적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체되고 있다. LA타임스는 주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대선 전에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대한 비관론이 지배적이었지만 선거 이후 기업인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공포보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 캠페인에서 그가 내뱉은 극단적인 공약들은 정치적인 전략이었으며 ‘딜 메이커’의 본질을 갖는 트럼프 당선인은 앞으로 경제 운용에 있어 보다 실용적 노선을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재벌 출신인 그의 성향이 친기업적 공화당 정책과 맞물리면서 극단적인 면이 누그러지면 결국 트럼프 정권에서는 미국 경기 부양에 필요한 정책들만 남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10일 뉴욕에서 열린 딜 북 컨퍼런스에서 “트럼프의 정책은 시장친화적(market-supportive)”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미국 경제에 미칠 장기적 여파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를 비판하면서도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을 약속하는가 하면 월가에 날을 세우면서도 도드프랭크법 폐기로 월가 은행들의 족쇄를 풀어주려 하는 등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고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게다가 교역국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인해 트럼프노믹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시장 친화적으로 평가되는 정책들 역시 구체적 방안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가령 정권인수팀은 도드프랭크 법안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정책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대안의 윤곽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LA타임스는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선거 후 호황을 누리고 있는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포기하면서 미국 경제를 강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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