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 11%를 추가 매입하며 중간금융지주회사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은 앞으로 삼성화재 지분 추가 매입과 비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율을 5% 이하로 낮출 경우 금융지주사 전환 요건을 갖추게 된다. 삼성증권도 자기자본을 확충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11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증권의 자사주 835만9,040주(10.94%)를 매입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총 매입금액은 약 2,900억원 수준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증권의 지분은 기존 19.16%에서 30.1%로 높아지게 됐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삼성증권 해외법인의 소재국인 미국과 영국에서 승인을 받은 뒤에 확정된다.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 인수로 인해 삼성카드에 이어 삼성증권도 금융지주법상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게 됐다.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전량 매입해 지분율을 71.86%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가 되려면 앞으로 삼성화재의 지분을 15% 더 늘리고 삼성전자·호텔신라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화재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전자(7.7%), 호텔신라(8%), 에스원(6%)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머지않아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15%)를 매입하는 형태로 지주사 설립 조건을 충족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번 지분매입과 관련 확대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 매입한 이유와 관련해 “지분투자를 통해 양호한 투자 성과가 예상되고 삼성증권과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28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최근 제시한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최소 기준은 4조원 이상이다. 현재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3조4,000억원으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통합KB증권에 이어 4위권이다. /강동효·김현상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