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눈썹과 커다란 눈을 가진 소녀의 얼굴에서 특히 시선이 머무는 곳은 꼭 다문 입이다. 입꼬리에까지 힘이 들어간 그녀의 입은 소리 내 말하지 않음에도 무언가를 꾹 눌러 참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반전은 그림자다. 그녀의 속마음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현되지 못하는 억압된 욕망이 그림자에 드러난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인물화를 그리는 극사실주의 화가 하영석의 개인전이 오는 10일부터 23일까지 종로구 평창동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열린다.
전시제목은 ‘희망,소망,욕망 등을 그림자에 담다’. 다소곳한 소녀의 그림자는 면사포를 쓴 신부가 되고 싶은 희망을, 연필을 들고 공부를 해야하는 학생의 그림자는 비눗방울 놀이를 즐기고 싶은 소망이, 빈 빨대를 문 소녀의 그림자는 시원하게 한 잔 들이키고 싶은 욕망을 투영한다.
주은정 미술평론가는 “빛과 그림자는 대립적이지만 서로에게 의존하는 관계이기도 하고, 현실과 욕망의 관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며 “작품은 현실과 욕망이 빚어내는 이중주를 빛과 그림자의 유희로 풀어낸다”고 평했다. (02)379-4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