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12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100만명(주최측 추산)을 넘어섰다. 이날 도심에 집결한 집회 참가자 숫자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로 최다 기록을 세운 70만명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참가자는 본 집회 후 행진이 시작된 시점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과격한 시위의 양상을 띨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시민들은 오후 7시55분께 현재 질서정연하게 평화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당초 예상했던 100만명을 넘어 120만명 가까이 운집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현재 촛불을 든 시민들이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과 광화문 광장에 발 디딜 틈 없이 들어 찼는데도 서대문역·독립문역 등 인근 지하철역에서는 추위에 대비해 두터운 겨울옷을 챙겨 입은 시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민들은 한 손에 촛불을 꼭 쥔 채 구호를 외치거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집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이윤지양(17)은 “친구들과 함께 ‘하야해’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를 들었는데 가슴이 막 뛰더라”라며 “나도 행동하는 시민 중 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양은 “촛불집회라고 해서 딱딱한 분위기 일줄 알았는데 최신곡을 틀어주기도 하고 중간 중간 시민들 발언도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덧붙였다. 흡사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즐거운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시민도 적지 않다. 대학생 이정표씨(25)는 “이렇게 모두가 함께 모이니 정말 대한민국이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보인다”며 “그렇다면 이건 일종의 축제로 즐겨야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주최측은 “(광화문 일대에)100만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며 “부산·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에도 수만 명이 운집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촛불집회 참가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이야기를 듣자 흥분한 한 시민은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국민이 이렇게 많다니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며 ‘박근혜 하야해’라고 소리쳤다. 이에 근처에 있던 시민 몇몇이 구호를 함께 따라 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비상근무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부터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참모들은 전원 출근한 가운데 외부상황을 주시하며 수시로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중이다. 현재 경찰 추산 집회참가자는 26만명 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