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단순 도급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부지 매입부터 시공·분양 등을 총괄하는 ‘자체사업’이 사라지고 단순 시공 등 ‘도급사업’의 비중은 더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1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올해 주택사업(아파트·오피스텔)의 자체사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삼성물산, SK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4개사는 자체사업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개 건설사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6개 건설사의 자체사업 규모는 1만 4,821가구로 전체사업 규모 11만 3,528가구의 13.1%로 집계됐다. 자체 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은 현대산업개발(28.2%)이다.
몇 건 안 되는 자체사업도 대부분 공공택지 등 사업성이 검증된 곳이다.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분양을 진행한 경기도 일산의 킨텍스 원시티(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김해 율하2지구의 원메이저(대우건설·GS건설·현대건설), 율하 자이 힐스테이트(현대건설·GS건설) 등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자체사업 비중을 줄여왔다. 자체사업을 위해서는 부지를 매입해야 하는 데 이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늘어나고 장기간 사업 지연 시에는 막대한 손실을 부담할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최근 들어서도 자체사업 대신 도급사업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자체사업은 거의 안 하는 분위기”라며 “고위험 고수익이 보장되는 자체사업 대신 안정적인 도급사업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들의 자체사업 감소 추세와 관련해 “적절한 부지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다 국내 주택시장 호황기가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조정하는 단계로 보인다”며 “건설사들이 강조해 온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자) 역량 강화’ 방향에는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