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10년새 60배 성장했지만...'글로벌 호갱' 취급받는 항공기 투자

홍콩 브로커들에 거래 의존

구형 기종 비싸게 구입하고

유지보수도 차별대우 받아

직접투자·전문인력 보강 등

일부 기관 대응책 마련 나서



# 최근 국민연금은 미래에셋대우(006800)가 주선한 항공기 1조원 펀드 투자 결정을 철회했다. 이후 자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직접 인수를 고민하던 미래에셋대우도 포기하면서 실사비용만 10억원을 날렸다. 국민연금과 미래에셋대우가 항공기 매입을 포기한 배경은 가격과 유지보수 등에서 글로벌 투자자와 차등이 있다는 점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기 투자 규모가 10년 새 60배 이상 급성장했지만 항공기 가격과 기종·유지관리 측면에서 글로벌 투자자 대비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일부 금융사와 기관투자가들은 홍콩 등 글로벌 시장에 직접 투자하거나 유지관리 전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89억원 규모였던 항공기 펀드 설정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365억원으로 60배 이상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만 3,000억원 이상의 항공기 펀드가 추가로 설정돼 연내 2조원 이상의 시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항공기 펀드 시장의 팽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항공 산업의 빠른 성장과 연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항공 산업은 2008년 이후 4%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20년 동안 4만대(6,600조원)의 신규 항공기 수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항공기 투자의 규모와 열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 항공기 펀드 관련 리스크 요인에 대해서는 점검이 소홀하다. 우선 글로벌 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한다. 바가지를 쓰는 셈이다. 국내에 소개돼 거래되는 항공기의 상당수는 홍콩 브로커들을 통한다. 이에 따라 브로커들이 중간 마진을 챙기기 때문에 홍콩에서 직접 거래하는 항공기에 비해 비싼 가격에 소개받고 거래된다. 한 공제회의 관계자는 “증권사가 2005년 기종을 2015년 기종 가격에 매입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 결정을 보류한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항공기 투자에서 기종과 연식은 자산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가장 중요한 투자 변수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항공기 유지보수에서도 글로벌 투자자들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 항공기 투자기간 동안 해당 항공기의 정비 상태 점검 등 유지보수를 맡는 글로벌 금융 리스사들은 유지보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직접 항공기 중순위채권 등에 투자한다. 글로벌 IB가 투자한 항공기의 경우 금융 리스사의 투자 비중이 25% 이상이지만 국내에 소개된 항공기 투자에는 5%가량에 불과하다. 또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금융 리스사들의 투자 비중이 높을수록 유지보수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결국 국내 기관들이 투자한 항공기의 태반이 유지관리에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에 일부 국내 기관투자가와 금융사들은 항공기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홍콩 금융 리스사에 맡겨온 항공기 유지관리를 직접 챙기기 위해 항공기 정비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 영입과 함께 현지 리스사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는 운용사가 있을 뿐 아니라 홍콩 현지에서 직접 항공기 투자 건을 발굴해 임대 만기 시점 전에 항공기 구매 옵션까지 계약에 반영하는 성과를 올린 공제회도 있다.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항공기 투자는 다수 자산 및 임차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면밀한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며 “투자운용사의 항공기 투자 전문 인력 역량 및 내부 투자 인프라에 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호·박민주기자 joist1894@sedaily.com

송종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