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달랑 1장짜리 '코리아에이드' 기획서...반려하자 외교부 고위관계자 전화

ODA에도 최순실 그림자

당초 ODA 계획에 없던 사업

朴대통령 阿순방맞춰 졸속 추진

민간위원이 계획서 돌려보내자

靑 관계자까지 전화해 통과 압박

140억원 내년 사업계획서도 단 2장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31일(현지시간) 나이로비 케냐 국제컨벤션센터(KICC)에서 열린 코리아에이드 사업 시범운영 행사에서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31일(현지시간) 나이로비 케냐 국제컨벤션센터(KICC)에서 열린 코리아에이드 사업 시범운영 행사에서 의료진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르재단이 개입해 논란을 빚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인 코리아에이드가 한 장짜리 사업계획서로 졸속 추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외교부 고위관계자와 청와대 관계자가 이 과정에 직접 개입, 외압을 행사한 정황도 드러났다.

15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국무조정실, 외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아프리카 난민에게 의료 서비스와 식량 제공, 한국 문화 콘텐츠를 보급하는 코리아에이드 사업이 처음 실시된 것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순방 때다. 외교부가 중심이 돼 보건복지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참여한 이 사업은 약 50억원의 규모로 아프리카 3개국의 난민에게 이동버스를 통해 의료, 식량,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대통령 순방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지만 정작 이 사업은 정부의 모든 ODA 사업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의 2016년 국제개발협력종합시행계획에는 들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국무조정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이 사업을 제대로 심의할 수 없었다. 2015년 12월 위원회가 열렸지만 이때는 이 사업의 형태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모른 채 예산 220억원만 뭉뚱그려 잡아놓은 ‘전략사업비’ 형태로 통과시킨 것이다. 전략사업비는 외교부의 일종의 예비비로 총액을 승인받은 후 수시로 예산 투입이 필요할 때마다 기획재정부의 심의를 받는 방식이다.

김태년 의원은 14일 예결소위에서 “올해 코리아에이드 사업과 관련해 한 장짜리 기획안이 와서 (민간위원이) 돌려보냈더니 사방에서 전화가 와서 할 수 없이 통과시켰는데 올해는 내년도 예산을 무려 3배 증액해서 안 된다고 했더니 또 난리가 났다”고 밝혔다.


당시 이 사업은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고 이후 사업 진행을 위해 만든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미르재단 관계자가 참여했다. 실제 사업 내용 중 하나인 K밀(K-MEAL) 사업은 한식과 쌀 가공품 등을 난민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미르재단이 참여하며 최순실 사업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 사업이 개발되면서 중요도와 필요성에 따라 숙성기간 없이 속도를 높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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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진행된 올해 8월 심의에서는 사업 대상 국가가 3개국에서 라오스와 탄자니아·캄보디아 등 6개국이 되면서 예산이 14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에이드에 대한 설명서가 부실하게 제출되자 민간위원이 이를 문제 삼았고 외교부 고위관계자와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민간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통과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ODA 사업은 예산을 받기 때문에 보통 수십 장짜리 사업보고서와 타당성 조사 등을 거친다”면서 “부실한 사업 설명에도 통과되면서 뒤에 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일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이 사업을 승인하면서 사전준비를 충실하게 하라고 지침을 덧붙였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144억원은 30% 삭감된 102억원으로 확정됐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미르재단 참여로 논란을 빚기 전부터 사업 내용 자체만으로 시민사회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영양실조와 낙후된 환경에 있는 난민을 돕겠다면서 차량으로 한 달에 한 번 찾아가 의료 서비스를 하거나 입에 맞지 않는 불고기 도시락을 제공하고 한국 영화를 틀어주는 식의 활동은 지속 가능한 자립을 돕는 국제 기준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거나 한국을 자랑하는 식의 이벤트성 행사에 그친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 상임위에서 예산을 삭감하면서 신규 사업 국가에는 의료 서비스 사업만 하는 것으로 조정했다”면서 “병원이 없는 오지에서는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현지 주민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업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으며 일부 예결위원은 이 사업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논의가 주목된다.

/세종=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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