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정신 못차린 대우건설.. 분식회계징계 받고도 감사의견 거절

금융당국 "사태 심각성 몰라"...주가 14%↓

신용평가사는 등급 하향 경고

대우건설(047040)은 지난해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과징금 20억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총 3,896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이 금융감독원의 감리 과정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인도 딜로이트안진으로 강제 교체됐다. 제재에 반발한 대우건설은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면서 지난 3월 금융위원회에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스스로 이를 취하했다. 회계감사 문제로 1년 이상 잡음을 낸 대우건설은 올해 3·4분기 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자료 제출 등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견거절’을 받았다. 의견거절은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검증하기 어려워 견해를 낼 수 없을 때 기술하는 내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15일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이 지난해 분식회계로 중징계를 받았는데도 제대로 외부감사를 받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는 증명”이라고 지적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전날 공시한 대우건설의 재무제표 검토보고서에서 “공사수익·미청구공사·확정계약자산(부채) 등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 받지 못했고 준공예정원가의 적절한 추정 변경을 위한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의견거절 기술 사유를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해명자료를 통해 “재무제표와 관련한 세부 근거 자료를 제출했으나 외부감사인과 이견이 발생했고 공시 전까지 소명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며 “올해 전체 사업보고서에는 문제가 없도록 조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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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042660)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외부감사 체계를 강화한 점이 이번 감사보고서 검토 의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2조원 규모의 손실을 재무제표에 빠뜨렸다는 결론을 뒤늦게 내려 부실감사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조선 산업과 비슷한 회계처리 기준을 가진 건설 부문에서도 부실감사 문제가 제기되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것이기 때문에 딜로이트안진이 대우건설의 재무제표를 더 깐깐하게 살펴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딜로이트안진은 한진중공업(097230)의 3·4분기 보고서에도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공사수익 측정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한정’ 의견을 냈다. 삼일PwC가 외부감사를 맡은 한진중공업홀딩스(003480) 역시 한정 의견이 붙었다.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 제시 여파로 대우건설의 주가는 이날 전날보다 13.67%(920원) 급락한 5,810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내년 3월에 나오는 사업보고서의 감사 의견을 보고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NICE신용평가는 15일 대우건설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은 ‘A’를 유지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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