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2 닉슨 쇼크' 경고 그냥 흘려들어선 안 된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제2의 닉슨 쇼크’를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이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취임 100일 이내에 뭔가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 뒤 “닉슨 쇼크와 같은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권 출범 초 환율조작국 지정, 자유무역협정(FTA) 재검토, 보복관세 부과 등의 수단을 동원해 주요 무역 상대국들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의미다. ‘금태환 포기’와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1971년의 충격이 46년 만에 재연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셈이다.


현 원장의 경고는 단순한 가능성 이상의 것이다. 트럼프 측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이미 사망선고를 내렸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미국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200일 내 탈퇴하겠다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바람 앞의 등불이 될 수도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가능성은 더 큰 문제다. 트럼프 측은 취임 100일 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고 45% 보복관세 역시 공약으로 유효한 형국이다. 이 경우 중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한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을 엮어 넣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는 대중수출 둔화와 미국의 제재라는 협공에 시달릴 수도 있다. 두 고래들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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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보유한 미국 채권 매각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지만 우리는 대응수단이 마땅치 않다. 단기 충격이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경제전략을 다시 짜고 체질개선에 나선다면 여전히 기회는 있다. 우선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서비스와 혁신산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업 문화를 개방형으로 바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세계화와 FTA를 중심으로 수립됐던 통상전략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서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의 길로 나가는데 우리 혼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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