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혼족을 위한 <혼족을 위한 발전소+> 공연을 오는 11월 18일 중앙대학교 310관 100주년 기념 소극장에서 진행한다. 100명 남짓 입장할 수 있는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전공분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국악을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계획했다. 장소는 협소하지만, 젊은 세대답게 SNS 라이브 중계를 활용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깜찍하고 재기발랄한 기획을 한 타악 연주자 석무현을 만나봤다.
<혼족을 위한 발전소+> 공연은 어떻게 기획됐나요?
개인발표회를 의미 있게 하고 싶었어요. 요새 워낙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발상을 뒤집어 봤어요. ‘혼자’가 마치 주제 같지만 이 공연은 ‘소통’을 위한 플랫폼이에요. 혼자 공연을 보러 오지만 SNS 라이브 방송을 활용해 적게는 몇 백 명이 많게는 몇 만 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공연을 즐기는 거죠.
SNS 라이브 방송을 공연과 연결시킨다는 발상이 참신한 것 같아요.
현재 중학교 강의를 나가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국악인은 한명도 몰라도 유투브 BJ(Broadcasting Jockey) 이름은 줄줄이 다 외우고 있더라고요. 이게 트렌드라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유명 BJ들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공연도 이렇게 방송처럼 해도 되겠다고 생각한 찰나, 방송 한번 해보지 않은 제게 팬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생각을 바꿔 공연을 열고, 관객을 초청해 공연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SNS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채팅을 통해 소통을 해보자 결정한 거죠. 대표적으로 페이스북의 경우 한 명당 100명 이상의 친구들은 누구나 있잖아요. 나의 지인뿐 아니라 지인의 지인까지도 공연을 즐기는 효과를 누리는 거죠.
공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나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문화’라고 생각해요. 인간극장에서 피부색은 흑인인데, 한국 문화를 사랑해서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다인종 국가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렇기에 더 한국적이고 국악적인 것을 이번 공연에서 보여주고 싶어요. 음악 안에는 우리나라 정서부터 우리 조상의 사상까지 다 깃들여 있죠. 이 내용을 설명하고 음악으로 들려줄 계획이에요. 이를 토대로 한국 리듬을 컴퓨터로 음악화시켜 랩과 콜라보를 이룬 ‘말이야’로 시작해, 판소리의 고법을 이용한 ‘응프린스’, 판소리를 한글화 시킨 ‘설장구와 피아노 묘’, 전통 민속 곡을 세트 드럼으로 연주한 ‘D&B와 아쟁 시나위’ 등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중 가장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하이라이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마지막 곡에 힘을 많이 실었어요. ‘D&B와 아쟁 시나위’로 원래는 장구 곡인데, 세트 드럼으로 메인을 변경했어요. 그런데 드럼 치듯이 연습하니 원곡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더라고요. 음악은 흘러가는데 한국의 정서적인 것이 전달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드럼을 장구 치듯이 쳐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곡에 대해서 묵상만 하기도 했어요. 그 결과 이 곡의 본질은 ‘조화’라는 걸 발견했어요. 사실 마지막 곡이니까 기술적으로 화려한 걸 보여주고 싶어 이 곡을 선택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테크닉만 보여주려고 하니 오히려 조화가 깨지더라고요. 이 곡은 마치 ‘자신보다 남을 우선시 생각하며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라’는 조상들의 속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연주자끼리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연습을 하니 달라지더라고요. 준비하면서 정신력 소모가 엄청났지만, 많은 공부가 됐죠. 그래서 기대해도 좋은 프로그램이에요.(웃음)
이번 공연을 통해 이루고 싶을 것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저는 국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진짜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 공연 기획을 시작했어요. 국악의 주축이 되는 악기가 사실 한국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데, 서양 음악이 들어와 화성악을 국악 악기로 연주해서 국악의 현대화라고 말하는 건 잘못 된 인식이거든요. 그래서 화성음악이 아닌 우리 음악을 현대화시키는 과정을 공연에 풀고자 했어요. 이를 통해 사람들이 국악을 넘어 전통을 대하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현재 정치적인 문제로 일부 한국 고유의 문화들이 무속신앙으로 구분, 변질돼서 매우 안타까워요. 한국 전통이 점점 사라진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죠. 국악의 현대화가 전통에 대한 인식이 부드럽게 바꿔서 보존을 넘어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국악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국악에 대한 특별한 꿈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리듬이 가장 민속적이라고 생각해요. 리듬이 인류 초기에 사람을 통제할 수단이 없을 때 사용했던 신호거든요. 그 지역마다 달랐던 신호들이 그 지역의 리듬이 됐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 리듬이 가장 민족적인 것이 된 것 같아요. 디스코, 스윙, 발라드, 힙합 이런 것들이 다 리듬의 이름이거든요. 리듬으로 하나의 장르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서양의 장르들은 리듬 구분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널리 사용되는데, 우리 장단은 그렇지 않잖아요. 아름다운 우리 장단의 이름이 하나의 음악의 장르가 돼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장르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꿈이 있어요.
공연 이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연습 과정, 국악 지식 등을 모두 편집해서 매주 유투브 채널에 올릴 계획이에요. ‘석티비’라는 타이틀로요. 찾아보니 연주자 유투버는 거의 없더라고요. 솔직히 아직 수입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연주자 생활이 정말 재밌거든요.(웃음) 지방도, 해외도 초청 받아 많이 다니기도 하고, 정신세계가 독특해 재밌는 연주자들이 많아요. 이런 흥미로운 내용들을 모아서 방송으로 같이 소통할 계획이에요. 이번 공연이 구독자수를 늘리는 첫 계기가 되겠죠?
또 후속 공연도 다채롭게 준비하고 싶어요. 음악을 하면서 배우는 게 정말 많아요. 음악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람이 왜 태어났는지의 본질적인 문제까지도 깨닫게 되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배워요. 이런 내용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요.
그는 이번 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공연을 더 소중히 생각하고, 대접받는 느낌이 들도록 초대 관객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서 보냈다. 자신만 즐거운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의 발전까지 걱정하는 한 젊은이가 바꿔놓을 국악계의 미래가 사뭇 기대된다.
글 정현정(joy@hmgp.co.kr)
인터뷰 사진 김태희
프로필 사진 석무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