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7 수능] 77세 수험생 “나이와 수능은 무관”

“중국어과 진학해 대학 졸업 후 통역사 하고 싶어”

늦깍이 수험생인 정숙자(77)씨가 17일 오전 수능 시험장 중 한 곳인 명지고 정문으로 들어서도 있다. /김정욱기자늦깍이 수험생인 정숙자(77)씨가 17일 오전 수능 시험장 중 한 곳인 명지고 정문으로 들어서도 있다. /김정욱기자


17일 오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 가운데 한 곳인 서울 서대문구 명지고등학교 앞. 어둠이 채 가시기 전인 이날 오전 6시 20분 쯤 명지고 교문 길목에서 만난 77세의 정숙자(여)씨는 가방을 둘러맨 채 지팡이를 짚고 언덕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2년제 학력인정 주부학교인 일성중고등학교 출신인 정씨의 걸음은 느렸지만 얼굴에는 고3 수험생 못지않은 열의가 느껴졌다.


정씨의 모습은 이날 수능시험을 보는 손녀를 응원 나온 모습이었지만 그는 손녀뻘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다.

정씨는 “늦게 공부를 시작했지만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 대학에 가려고 수능에 응시했다”면서 “중국어과를 목표로 하는데, 대학을 졸업하면 중국어 통역사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냐는 질문에 정씨는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 그저 공부가 재미있다”면서 “이렇게 귀여운 손자·손녀뻘 학생들과 함께 시험을 보니 이것도 얼마나 좋아”라며 수능시험 응시 자체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2년제 학력인정 주부학교인 일성중고교 재학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명지고 앞에서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정욱기자2년제 학력인정 주부학교인 일성중고교 재학생들이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명지고 앞에서 수능시험을 보는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정욱기자



슬하에 5남매를 둔 정씨는 “이렇게 공부를 하는데 있어 내 아들, 딸들이 든든한 후원자였다”면서 “특히 막내딸이 이번 수능시험 공부에 도움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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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왕 오늘 시험 보는 거 좋은 성적이 나와 내가 원하는 중국어과에 들어가고 싶다”면서 “이렇게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일성중고교에 감사드린다”며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성중고교 출신 중 이날 명지고에서 시험을 보는 늦깍이 수험생은 정씨를 포함해 2명이며, 이번 수능시험에 이 학교 출신은 140여명이 응시했다.

일성중고교 재학생들은 명지고 앞에서 ‘엄마도 대학 간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늦깍이 수험생 응원전을 펼쳤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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