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무서운가요? 정말 괜찮은 거 맞아요? 방어할 때는요? 칼은 어떻게 휘둘러요?”
속사포 같은 질문을 쏟아내자 진행요원이 차분하게 “침착하시라”고 응대했다. 허공에 양 팔을 허우적대던 앞 사람을 보며 ‘코웃음’을 쳤던 기자는 불과 1분만에 굴욕을 맛보고 말았다.
‘끼이이이이이이’ 괴기스러운 소리가 행사장을 둘러보던 기자의 고막을 강타했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녹색으로 칠해진 ‘다크에덴2 VR’의 크로마키 촬영세트 앞. ‘게임 전시회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세트에 대한 의문은 체험을 자처한 용감한 관람객 덕분에 자연스레 풀렸다. VR기기인 HTC바이브를 쓰고 양팔을 허우적대던 관람객의 모습은 세트 옆에 설치된 화면에도 나왔다. 모니터를 살펴보니 귀여움과는 담을 쌓은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관람객을 공격하고 있었다. ’아, 저 손에 들고 있는 게 칼이구나. 나 같아도 마구 휘둘렀겠다‘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진행요원이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체험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일단 재미있어 보였다. 서슴없이 HTC바이브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지켜 볼 때는 ’뭐, 얼마나 무섭겠어‘하며 코웃음 치다가 막상 기기를 쓰고 나니 두려움이 엄습했다. 체험 내내 소스라치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몸을 여러 번 움찔거렸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숨줄이라도 되는 것 마냥 양 손에 꼭 움켜 쥔 무선형 조이스틱 두 개는 칼이었다. 핑계가 없지는 않다. 그 칼이 사실상 게임 캐릭터로 분한 기자의 목숨줄이기도 했으니까. 양손을 교차시켜 방어막을 형성한 채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곳곳에서 괴생명체들이 튀어나왔다. 다행이면서도 아쉬웠던 점은 시야에 포착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출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체험할 때는 많이 놀라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재미를 배가시기키기 위해서는 필수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소리가 주는 위압감이 가장 컸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비명소리가 끊길 듯 다시 이어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눈 깜짝할 새에 3분 남짓의 체험이 끝났다.
’지스타2016‘에서 최초로 공개한 다크에덴2 VR은 가상의 게임공간과 현실에 있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혼합 현실(Mixed Reality) 기술을 활용했다. 홍철운 푸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재 상용화된 게임 중에 MR 기술이 적용된 게 없다”며 “조만간 게임방송이나 유투브 등을 통해 이용자들과 접점을 갖는 것에 대해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다크에덴2 VR은 곧 출시될 다크에덴 모바일 게임의 홍보를 위해 제작했지만 반응이 좋을 경우 상용화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