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엘리베이터 기업의 자존심을 지키겠습니다.”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독일 티센크루프, 미국 오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장병우(사진) 사장의 목표는 확고해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사실상 유일의 국내 승강기 업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3조5,000억~4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점유율 41.2%를 차지해 티센크루프(27.8%)와 오티스(11.0%)에 앞선다. 티센크루프와 오티스는 스위스 쉰들러와 함께 전 세계 승강기 시장에서 ‘톱3’를 구축하고 있는 세계적인 업체다.
역사가 50년이 채 안 된 현대엘리베이터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 업체에 앞서지 못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멀찌감치 시장 점유율을 벌려놓았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승강기 사업을 하고 연구개발(R&D) 지원 등 정부의 승강기 사업 육성책이 사실상전무 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성적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처럼 국내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안전을 전제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려는 욕심 덕이다.
17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6 한국 국제 승강기 엑스포’에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세계 최초로 발광다이오드(LED) 글라스를 이용한 ‘누드 엘리베이터’를 부스 전면에 공개했다. 엘리베이터가 단순히 빌딩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이동 수단이 아닌 건축물의 핵심 디자인 요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 제품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날 공개한 누드 엘리베이터는 외형에 LED 칩이 박힌 통유리를 써 건물주가 원하는 글귀나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도록 했다. 엘리베이터가 과거에는 건물 내부에 설치됐지만 최근에는 외부에서도 볼 수 있도록 고층 빌딩이 설계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전 세계 엘리베이터 업계가 앞다퉈 개발하려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초고층 건물이 있다는 기본 전제가 있어야 한다”면서 “LED 글라스를 이용한 누드 엘리베이터는 건축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