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제 야권에 남겨진 정치적 선택은 ‘대통령 탄핵’ 절차밖에 없다. 우리는 대통령의 하야나 2선 퇴진, 외교·안보권 포기 등이 모두 비현실적이고 반헌법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몇 번의 기회를 통해 탄핵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해왔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먼저 하야는 대통령이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은 100만 시위대의 대통령 하야 요구를 정당성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접근방식이다. 지금과 반대로 야당이 집권했을 경우 똑같은 반정부시위가 벌어질 수 있고 그때 시위 주최 측은 당연히 150만이나 200만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면 하야할 것인가.
박 대통령이 설령 하야로 몰린다 해도 이왕 그렇게 할 바에야 굳이 대통령 고유권한을 야권이 요구한 거국내각에 넘기고 퇴진할 이유가 없다. 그냥 하야함으로써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권한대행을 맡게 할 것이다. 임의적인 의사표현도 필요 없다. 헌법이 정한 그대로다.
2선 퇴진과 함께 외교·안보권을 내놓으라는 야당의 요구는 그 자체로 반헌법적이다. 야권에서는 거국내각 요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내치(內治)만 국회 추천 총리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헌법상 고유권한인 군통수권·계엄발동권까지 넘기라고 한다. 만에 하나 박 대통령이 이런 요구를 수용할 경우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위배함으로써 탄핵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반대로 야권이 탄핵 절차에 들어가면 야권의 바람이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 헌법 제65조에는 대통령 탄핵 사유·절차와 함께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고 규정돼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탄핵이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길게는 6개월 이상 국정이 마비되고 그에 따른 혼란은 예상하기도 힘들다며 애써 걱정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국정은 원활히 돌아갔으며 지금 우려하는 사회 혼란도 없었다. 오히려 하야가 사회 전반에 미칠 악영향과 부작용이 훨씬 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