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컵을 찾고 있어요! 자폐아인 아들이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영국 데본에 거주하는 마크 카터(@Grumpy Carer)는 트위터에 옅은 초록색의 컵 사진과 함께 이 컵이 없으면 물 한 모금 삼키지 않는 아들의 사정을 적어 올렸다. 그는 올해 14세인 아들 벤이 중증 자폐증을 앓고 있어 특정 컵으로만 물을 마시고 있는데 이 컵이 많이 닳아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마크가 찾고 있는 컵은 벤이 2살부터 물을 마실 때 사용했던 것과 동일한 제품으로 가족들은 10여년 간 이 컵을 구하기 위해 중고거래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왔지만 3년 전부터는 새 제품을 구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컵 제조업체인 영국의 유아용품 회사 토미티피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완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벤은 컵의 색상이나 모양이 조금만 달라도 절대로 사용하지 않으려 했고 물을 전혀 마시지 못한 탓에 응급실 신세도 여러 번 졌다고 마크는 호소했다. 마크는 트위터에 “사람들은 ‘목이 마르면 (벤이) 물을 마실 거야’라고 했지만, 절대로 마시지 않았다”며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이 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거듭 찾았다.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트위터 사용자들이 컵 찾기에 나섰다. 마크가 처음 올린 글은 수천 명이 전달(리트윗)하면서 인기글이 되었고 ‘벤을 위한 컵(#CupForBen)’이란 해시태그도 생겼다. 사연을 올렸을 때 팔로워가 100명도 채 안됐던 마크의 계정은 하루 만에 팔로워 1,000여명으로 늘었고 예전에 사용했던 컵을 찾아낸 사람들이 “이 컵을 보내도 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3D프린터로 동일한 컵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안도 들어왔다.
영국 방송사인 BBC와 ITV 등 언론들도 이 사연을 소개하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덕분에 현재 마크는 벤이 몇 년 동안 쓸 수 있는 컵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는 15일 “많은 이들이 보내준 친절과 사랑에 감사한다”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알렸다. 다만 그는 “아마도 벤이 평생 이 컵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며 “더 많은 컵이 필요합니다.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라 그렇다”라며 언제든 컵에 대한 연락을 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