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영국 14세 소녀 냉동인간 희망 "다시 살아나고 싶다"…법원 허용

영국서 ‘냉동인간’으로 보존을 희망하는 14세 소녀에 대해 고등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불치병으로 사망한 소녀는 사망 전 법원에 “죽고 싶지 않지만 제가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어요. 오래 살고 싶어요”라며 “이 기회를 꼭 잡고 싶어요”라고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고등가정법원 피터 잭슨 판사는 소녀의 어머니가 딸의 소원대로 소녀의 시신을 냉동 보존해도 된다고 허가했다. 법원은 이번 결정은 지난 10월 17일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숨진 이 소녀에게만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소녀의 어머니는 3만7,000파운드(약 5,430만 원)를 지불하고 미국의 한 인체 냉동 보존 회사에 딸의 시신을 맡길 예정이다. 비용은 손녀를 위해 돈을 모은 외조부모가 내기로 했다.


재판은 시신을 냉동으로 보존하는 것에 대해 소녀의 부모가 입장차를 보이며 시작됐다. 소녀의 어머니는 딸의 시신 냉동 보존에 찬성했다. 그러나 2008년 이혼 이후 소녀를 본 적이 없는 아버지는 딸의 시신 냉동 보존을 반대했다. 아버지는 2005년 딸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후 딸과 다시 만나고 싶어 했으나 소녀가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녀와 어머니는 아버지의 반대에 맞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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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원은 소녀의 어머니가 딸의 시신을 냉동보존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잭슨 판사는 “소녀가 자신의 곤경에 맞서는 씩씩한 방식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이번 판결은 오직 이 소녀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학이 법에 새로운 의문점을 제기한 예시”라며 “어떤 부모도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적은 없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시신을 냉동 보관하는 인체냉동보존술은 1960년대 시작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 몇백명만이 이를 시도했다. 현재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인간 시신 냉동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은 주에 따라 일부 허용하고 있다. 미국 ‘알코어 생명재단’이 인체 냉동 보존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기업인데, 현 기술 수준으로는 해동 이후 소생을 장담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 판사는 냉동보존술에 대해 “윤리적 함의에 대한 상당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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