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복귀를 분명히 하면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했던 야권의 대응 기조가 분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자진사퇴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파적 입장에 따라 해법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퇴진 투쟁동력도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이 주장하고 있는 선(先) 총리 추천 방안에 대해 반대하며 박 대통령이 촛불집회에도 물러나지 않을 경우 탄핵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8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의당이 총리 추천을 위한 영수회담을 하자고 했으나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며 “물러나기를 거부하는 대통령과 총리 선임을 의논할 수 없고 대통령의 사임 거부가 확실한 만큼 19일 집회 이후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나서는 등 사실상 국정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만큼 새로운 총리 임명으로는 박 대통령에게 남은 임기를 고스란히 내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야권 추천 총리가 들어서고 국정에 가담하게 되면 탄핵이나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할 명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총리 추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해서는 빨리 합의해서 총리를 선임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야권이 총리를 임명하고 이 총리가 조각권을 행사해 과도내각을 이끌고 대통령 퇴진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통령의 퇴진 촉구와 총리 논의는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과 민 의원 논리의 핵심은 신임 총리를 선출하고 이 총리의 역할을 ‘트로이 목마’로 규정해 대통령을 안팎에서 전방위로 압박하자는 것이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더 이상 국민들께 정치권이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며 “책임정치야말로 야당이 국민께 보여드려야 할 가장 큰 의무”라며 촛불집회 참석과는 별도로 정치권의 총리 합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비박 40명을 끌어올 수 있다”던 박 비대위원장은 탄핵에 대해서도 민주당에 비해 더욱 신중한 입장으로 전환했다. 그는 17일 “국회 탄핵 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이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며 “만약 거기서 부결되면 모든 게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민주당이 주장하고 시민단체도 참여하는 비상시국회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과 거의 입장이 같다. 심 대표는 “국민들이 새누리당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고 비박도 인정하지 않는 친박 지도부와 총리 인선을 협의할 수 있겠느냐”며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검토위원회를 꾸려 정치적 필요충분조건들을 준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