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직후인 지난 1998년 TV를 통해 방송된 공개수배 사진/사진제공=서울경찰청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무려 18년 동안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이 한 형사의 끈질긴 수사 끝에 해결됐다.
유전자(DNA) 대조와 같은 최첨단 과학수사 기법 덕에 ‘1998년 노원구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들의 오랜 한을 풀수 있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8년 전 주부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살인 등)로 오모(44)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1998년 10월27일 오후 1시경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당시 34세이던 집주인 A씨(여)를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다.
오씨는 범행 후 A씨에게서 빼앗은 신용카드로 10차례에 걸쳐 총 151만원을 인출했다. 도봉경찰서는 당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체액 등을 통해 피의자의 혈액형이 AB형인 것을 확인하고 2년간 수사를 펼쳤으나 검거에는 실패했다.
상황은 최근에 바뀌었다. 당시 수사본부에서 막내로 범인 검거에 나섰던 김모 경위(당시 경장)가 서울청 광수대에 전입해 재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된 것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단초가 됐다. 경찰이 사건 피의자 얼굴 사진과 DNA 그리고 혈액형 등 단서를 바탕으로 DB를 활용해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찰은 범인의 나이와 관련해 범행 당시에 20대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출생년도가 1965년부터 1975년 사이인 유사수법 전과자 8,000명을 추렸다. 또 그 중에서 AB형인 이들 125명으로 범위를 좁혔다. 경찰은 이들 125명의 얼굴과 신용카드로 돈을 빼내는 상황에서 찍힌 사진을 대조해 오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B 대조를 요청했고 결국 DNA ‘일치’의 회신을 받았다. 경찰은 오씨 주거지에서 잠복한 끝에 범행일로부터 18년 22일째인 지난 18일 그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검거한다’라는 한 형사의 끈질긴 의지와 집념이 사건 해결의 토대가 됐다”며 “늦게나마 피해자와 유족들의 원한을 풀어줄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씨의 여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또 다른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궁할 방침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