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北 연평도 포격도발 6주년…김정수 소령 "빗발치는 포탄 속에도 결연한 해병 보며 전율"

2010년 당시 작전 지휘…국군 유일 포격전 경험 장교

90여명 중대원 모두 정위치 사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대응사격

그들 아니었다면 살 수 없었을 것

대원들 자신감·경계 의식 얻고

서북도서 방위 전력도 크게 강화

해병 있는 한 北 도발은 곧 자멸

언제든 전선 나가 적과 싸우겠다

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연평 해병부대의 포병 중대장으로 K-9 자주포 대응사격을 지휘한 김정수 해병 소령. 김 소령은 “실전 상황에 결연하게 대처한 중대원들 덕분에 살아났다”며 “북의 도발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해병대지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연평 해병부대의 포병 중대장으로 K-9 자주포 대응사격을 지휘한 김정수 해병 소령. 김 소령은 “실전 상황에 결연하게 대처한 중대원들 덕분에 살아났다”며 “북의 도발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해병대




자신감과 결기(決氣).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에게서 두 가지가 물씬 풍겨났다. 해병 제1사단 포 3대대 작전장교 김정수 소령. 그는 대한민국 국군에서 유일한 경험을 가진 장교다. 지휘관으로 적과의 포격전 경험을 가진 장교는 그뿐이다. 지금부터 꼭 6년 전인 지난 2010년 11월23일 오후2시34분 북한의 포격 도발 당시 해병 연평부대 포병 7중대장으로 대응사격에 나선 그에게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피폭당한 뒤 13분이나 지난 뒤에야 대응사격에 나섰는데 늦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 소령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답했다. 실은 무례하고 무식한 질문이었다. 늑장대응이 아니라 기민한 대응을 크게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미군은 ‘한국군이 13분 만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는 점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웬만한 군대라면 공황 상태에 빠지기 마련인데 한국 해병대는 달랐다는 것이다.

‘당시의 비판이 억울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김 소령은 “알아줘서 고맙다”면서도 “군인이면 어떤 것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생 군인이라는 느낌이 다시금 스치는 순간 김 소령이 당시 상황을 전했다.


“눈앞에서 포탄이 터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두절됐습니다. 진지의 고무 타이어가 타는 매캐한 냄새와 매연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 전율할 만큼 감동을 느꼈습니다. 90여명의 중대원이 누구 하나 피하지 않고 정 위치를 지키며 정해진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통신을 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리자 통신병은 빗발치는 포탄 속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화재 진압과 장비 재정비를 거쳐 대응사격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중대원들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대원들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인터뷰도 못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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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순간에 결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 요인은 훈련. 연평도 해병의 K-9 자주포중대는 2010년에만 무려 455차례의 전투배치 훈련을 실시했다. 주야간과 날씨·휴일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거의 두 차례씩 강도 높은 훈련을 거듭한 결과가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대응사격으로 나타났다.

‘당시 언론의 늑장대응 보도에 불만이 없었느냐’고 재차 묻자 김 소령은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한 중대원들이 잠시 서운했던 적이 있지만 불기둥 속에서 K-9 자주포를 기동하는 해병대원의 사진이 국민에게 알려진 뒤부터 시선이 바뀌고 대원들의 사기도 올라갔다”고 당시 상황을 알렸다.

김 소령은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의 교훈을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성찰, 경계의식’이라고 꼽았다. 해병대원들의 자신감이 배가됐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자진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6주년. 서북도서의 방위력은 당시와 비할 바가 아니다. K-9 자주포만이 대응전력이던 6년 전과 달리 각종 신형 무기가 배치돼 과거보다 3배가량 전력이 강해졌다. 김 소령은 “칼바람을 맞으며 조국을 지키는 해병들이 있는 한 북한의 도발은 자멸을 초래할 것”이라며 “언제라도 전선에 나아가 적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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