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이 러시아 현지 식품업체를 인수한다. CJ가 러시아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앞두고 CJ가 그동안 위축됐던 인수합병(M&A)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러시아의 한 냉동식품업체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상 과정은 현재 막바지 단계로 이르면 다음달 내로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인수대금은 약 300억~4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J가 러시아 냉동식품업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현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 냉동식품 시장은 지난 2007년 4조원에서 2015년 9조원 규모로 8년 새 두 배 넘게 급성장한 데 이어 내년에는 10조원의 거대 시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월 자체 한식 브랜드 ‘비비고’의 고급 냉동만두 시리즈를 러시아에 출시한 데 이어 다른 냉동식품을 추가로 내놓아 내년 러시아 시장에서 매출 1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현지 냉동식품업체까지 인수할 경우 해당 기업의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러시아 시장 공략에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M&A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CJ그룹이 다시 공격적인 M&A에 나서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CJ는 그동안 그룹 총수의 부재로 대규모 투자 결정을 미뤄오면서 M&A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중국의 대형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와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것이 대표적이다. 또 국내에서도 한국맥도날드와 동양매직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중도 하차했다. 하지만 이재현 회장의 특별사면이 있었던 지난 8월 이후 CJ는 미국 바이오 벤처기업 메타볼릭스(112억원)와 말레이시아 물류기업 센추리로지스틱스(471억원) 등 해외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다시 M&A에 시동을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CJ가 내년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공언한 만큼 해외기업 M&A에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은 내년 5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투자 금액(1조7,000억원)의 3배에 가까운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