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동전없는 사회



지난 2003년 2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교회에 신용카드 기기가 설치됐다. 헌금을 신용카드로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세계 첫 사례다. 이 교회 목사는 이렇게 배경을 설명했다. “신자 중 상당수가 현찰을 갖고 다니지 않고 신용카드를 쓰는 젊은이들이어서….” 이후 스웨덴에서는 성당이나 교회에서 헌금을 카드로 결제하는 광경이 낯설지 않게 됐다. 지금도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힌다.


4대 은행 영업점에서 현금을 취급하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고 대중교통에서는 아예 현금을 못 쓸 정도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매점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합법화하기도 했다. 다른 유럽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덴마크는 올해 말부터 크로네(덴마크 화폐)의 자국 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스페인·벨기에서는 각각 1,000유로·2,500유로·5,000유로가 넘는 물품 구입시 현금을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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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현금 사용을 줄이는 주된 이유는 비용 때문. 동전 등 현금은 발행·보관·운반·유통 등에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탈세 등 세수 손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현금사용으로 인한 각종 범죄도 골칫거리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폐를 제외한 동전 발행·폐기에만 매년 500억~600억원이나 드는데도 신용카드 등 디지털 화폐에 밀려 사용은 급감하는 추세다.

이런 시대변화에 맞춰 한국은행이 내년 초부터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중간단계인 ‘동전 없는 사회’를 위한 시범사업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편의점 1~2곳을 선정해 거스름돈을 교통카드에 충전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한다. 성과를 봐서 동전을 많이 쓰는 마트·약국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잔돈을 신용카드에 충전하거나 은행계좌로 이체해주는 방안도 추진할 모양이다. 그러잖아도 주머니나 지갑 속 동전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처지인데 아예 추억 속으로 사라질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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