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3일(현지시간) ‘반(反)트럼프’ 인사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차기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차기 정부 각료급 인선에서 발탁된 첫 여성이다.
AP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헤일리 주지사는 중요 정책을 추진하면서 출신 배경과 정파를 떠나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고 협상가로서의 역량도 입증했다”며 “세계무대에서 미국을 대표할 뛰어난 지도자”라고 말하며 헤일리 주지사를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인 헤일리 주지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州) 하원의원을 거쳐 2011년부터 주지사로 활동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첫 여성 주지사이자, 미국의 현직 주지사 중 최연소 주지사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남부연합기 게양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공화당의 샛별’로 떠오른 인물이다.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지지했다가 그가 중도 하차하자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을 지지했고, 트럼프 당선인을 향해서는 “내가 원하지 않는 모든 것을 가진 후보”라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인 반이민 공약인 ‘무슬림 미국 입국 금지’ 공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명 소식을 듣고 헤일리 주지사는 “미국은 대내외적으로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엔주재 대사로서 봉사하도록 지명받게 돼 영광스럽다”며 제안을 수락했다.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과의 면담에서 “다시 친구 사이가 됐다”며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소수계 출신이자 ‘반트럼프’의 색채를 분명히 했던 헤일리 주지사를 기용하면서 차기 정부의 인종·성 다양성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공화당 통합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외교 경험이 전무한 헤일리 주지사가 미국의 글로벌 어젠다를 이끌어 나가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