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동료 가수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1+1’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냄과 동시에 음원까지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수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아는형님’을 통한 만남이 ‘우주겁쟁이’로
‘우주대스타’ 김희철과 ‘쌈자신’ 민경훈의 만남은 JTBC ‘아는 형님’에서부터 출발했다. 두 사람은 이 방송을 통해서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살리면서도 일명 ‘진흙탕 케미’라고 불릴만큼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융화되고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아는 형님’ 제작진과 멤버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주겁쟁이’라는 팀명 역시 멤버 서장훈의 아이디어였던 것.
SM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스테이션’의 41번째 곡인 우주겁쟁이의 ‘나비잠’은 웅장한 스트링에 강렬한 기타와 피아노 사운드가 어우러진 마이너 록 발라드곡이다. 록발라드라는 장르가 민경훈의 주특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댄스가수로서의 모습만 보여줬던 김희철이 과연 잘 융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았던 상태였다. 하지만 김희철은 예능에서 발랄하고 까불까불한 모습의 장난기는 모두 걷어내고 가수로서 완벽하게 곡에 녹아들었다.
가사 역시 김희철이 직접 썼다. 김희철은 “나비잠이란 아이가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행복하게 자는 잠으로, 형님들을 만난 지금이 꿈을 꾸는 듯 행복해 이에 비유했다”며, “아는 형님을 처음 만났을 때와 멤버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요즘, 그리고 먼 훗날까지 상상하며 가사를 썼다”고 방송을 통해 작사 의도를 전한 바 있다.
현재 가요계의 아이돌그룹의 강세 속에서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음원 순위는 별개라고 여겨진 대다수의 의견 속에서 우주겁쟁이의 성공을 예감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일 음원이 공개됨과 동시에 각종 음원사이트 1위를 석권하는 것은 물론 현재까지도 차트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대세 아이돌의 만남, ‘지코X김세정’
지코는 그간 소속팀인 블락비 음악 전체를 프로듀싱 하는 것은 물론, 솔로 음원을 꾸준히 발매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크게 성장했다. 지코는 지난 1월에 루나의 피처링이 돋보였던 ‘사랑이었다’에 이어 23일 오전 7시 김세정과 함께 한 ‘꽃길’을 발표하며 자신의 전공 분야인 힙합을 넘어 ‘지코 표 발라드’역시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지코와 김세정의 만남은 KBS 종영 예능프로그램 ‘어서옵SHOW’를 통해 성사됐다. 지코는 김세정이 ‘아이오아이’로 데뷔할 당시 언급했던 ‘꽃길만 걷게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꽃길’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그간 예능에서 특유의 밝은 캐릭터로 인상을 남겼던 김세정은 ‘꽃길’에서 애절함을 담은 감성 보이스로 변화를 시도하며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꽃길’은 서정적인 피아노 아르페지오로 시작되어 잔잔한 기타 리프와 후반부로 가면서 고조되는 스트링 선율에 김세정의 보컬이 더해진 아름다운 감성이 돋보이는 슬로우 템포 발라드 곡이다.
23일 김세정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가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공개한 김세정과 지코의 인터뷰 영상에서 지코는 “처음에는 기타로 만들어졌다. 슬로템포 발라드로 편곡을 하면 좀 더 감성적인 부분들이 좋아질 것 같아서 피아노로 편곡했다”고 전하며 “가사를 추상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꽃이라든지 화분, 계절, 바람 등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좀 더 쉽게 받아들이고 마음으로 전달될 수 있게끔 했다”라고 곡에 대해 설명했다.
▶‘규현X성시경’, ‘발라더’의 계보를 잇는다
2014년 1집 미니앨범 ‘광화문에서’와 2015년 2집 미니앨범 ‘다시, 가을이 오면’을 통해 솔로 보컬리스트로서 입지를 굳혀온 규현은 지난 10일 세 번째 솔로음반 ‘너를 기다린다’를 발표하면서 발라드 시리즈 3부작을 완성했다. 특히, ‘가을 발라드=규현’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로 3개의 앨범 모두 규현 특유의 아련한 감성과 부드러운 음색이 가을이라는 계절과 잘 맞아 떨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발라더’ 선배 성시경의 든든한 지원 사격이다. 최근 출연한 ‘주간 아이돌’에서 성시경 관련 문제를 모두 맞힐 정도로 성시경의 팬으로 알려진 규현을 위해, 성시경은 ‘여전히 아늑해(Still)’라는 곡을 선물했다.
성시경은 앨범 발매에 앞서 규현에게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팬들에게 이런 발라드를 들려드린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 최고의 아이돌의 멤버인 네가 발라드를 계속 하려는 게 좋고, 실력자가 된 것 같아서 좋다”고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성시경이 작곡은 물론 코러스까지 참여한 ‘여전히 아늑해(Still)’는 90년대 감성이 돋보이는 팝 발라드 곡으로, 서정적인 느낌을 극대화한 일렉 피아노와 스트링, 일렉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또한 지난 2012년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 ‘늦가을’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윤종신이 참여한 ‘블라 블라(Blah Blah)’ 역시 ‘여전히 아늑해(Still)’과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되며 나란히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끝으로 당분간 규현의 얼굴을 보기는 힘들 전망이다. 규현이 내년 초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것. 현재 규현은 앨범 발매와 함께 각종 가요프로그램은 물론 예능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년 후 더욱 짙어진 감성으로 돌아올 규현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대표 ’절대감성’ 가수들의 20년 만의 호흡, ‘이소라x김동률’
이소라, 김동률은 ‘믿고 듣는’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아티스트다. 두 사람 모두 음악 작업에 있어 ‘완벽주의자’로 통할 뿐 아니라, 다른 아티스트와 협업을 잘 하지 않는 가수로 알려져 있어 이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10일 발표된 이소라의 신곡 ‘사랑이 아니라 하지 말아요’는 김동률이 작사 작곡을 한 노래로 애절한 가사와 서정적인 선율에 이소라 특유의 깊은 음색이 더해지면서 쌀쌀해진 날씨에 어울리는 짙은 감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6년에 발표한 이소라 2집 수록곡 ‘너무 다른 널 보면서’에 김동률이 작사, 작곡, 편곡으로 참여했던 것. 20년이 흘러 다시 만난 이소라를 위해 김동률은 작사, 작곡은 물론 마스터링 작업에도 적극 참여하며 이소라를 지원 사격했다.
최근 자신의 SNS에 소감을 전한 김동률은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는 ‘동행’ 앨범 작업 당시 만들어졌던 곡이지만, 제가 부르기에 너무 어려워서 막판에 빠진 곡”이라고 고백하며 “개인적으로 많이 아끼는 곡이었고 가사도 미리 써놓았던 곡이라서 떠나보내는 마음이 쉽진 않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들으며 제 선택이 옳았다고 만족하고 있다.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로 처음 이 멜로디를 들을 때의 전율이 기억난다. 먼 길을 돌아 주인을 만난 것 같은, 애초부터 이소라 씨의 곡이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 이었다”고 이소라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