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복합위기, 신사업에 길 있다] 조선·해운산업은 공동 운명체... '2인3각'식 협력체제 구축해야

선박 발주·건조 상호 의존

철강은 후판 제공 '선순환'

日은 자국 조선소 활용 50%

국내기업도 각자도생 벗고

셀프발주 등 윈윈전략 짜야



“일본 조선 업계와 해운 업계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한심할 정도로 전략이 없었던 거죠.”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조선·해운업 동반 회생을 위한 정책제안 대토론회’가 열렸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한국 해운업의 위상이 바닥으로 내려앉자 조선·해운 산업을 다시 일으킬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부산항만공사 항만위원회 위원장인 전준수 서강대 석좌교수는 “1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고속·고효율·친환경 선박 20척을 일시에 발주해 새로운 글로벌 해운업 경쟁 패러다임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 등 글로벌 ‘공룡’ 선사들이 선대 대형화를 통한 치킨게임에 열중할 때 우리나라 선사들은 선제적으로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확보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과 같은 친환경·고효율 선박은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소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 발주를 맡겨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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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사들이 벌이는 치킨게임에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한진해운이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국내 조선·해운업이 ‘2인3각’ 식의 강력한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과거 머스크 등 해외 선사들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선박금융을 제공했던 우리나라 국책금융기관들도 이제는 국내 선사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과 해운업이 ‘공동운명체’인 것은 기본적으로 이들 산업이 돌아가는 메커니즘 때문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같은 원양선사들은 금융기관들로부터 선박금융을 받아 조선소에 선박 발주를 맡기기 때문에 상호 의존 관계다. 여기에는 철강사들도 후판(선박 건조 등에 쓰이는 두께 6㎜ 이상 철판) 공급자로 엮인다. 철강사들은 자신들이 쇳물의 원재료로 쓰는 철광석과 유연탄 운반을 국내 선사에 맡기는 순환구조를 이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조선과 해운·철강 등 개별 산업은 글로벌 톱 수준임에도 ‘각자도생’하며 협력을 터부시해왔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의 경우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이른바 ‘셀프 발주’ 비중이 50%를 넘는다.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일본·중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는 물론 개별 산업이 서로 협력해 위기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짜는 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역할론도 재부각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은 2009년 이후 머스크 등 해외 선사에 108억달러의 선박금융을 지원했지만 우리나라 국적선사에는 19억달러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머스크가 치킨게임을 위한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할 때도 우리나라 정책금융기관들이 자금줄이 돼줬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의 1만8,000TEU급 선박이 지금 한진해운을 법정관리로 내몬 치킨게임을 초래했다”면서 “국내 정책금융기관과 조선소가 우리 해운사를 법정관리에 보내는 결정적 역할을 한 선박을 건조한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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