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대책은 뛰는데 가계부채는 훨훨 날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가계신용에 따르면 3·4분기 대출과 신용판매를 포함한 총 가계부채 규모는 1,295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8조2,000억원 늘었다. 증가액만 보면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 4·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7조6,000억원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가계부채는 이미 1,30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치솟는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정부가 올 2월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8·25가계부채관리방안, 11·3부동산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이유가 있다. 우선 구멍이 너무 크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시중은행에만 적용됐을 뿐 제2금융권은 열외로 인정됐고 재건축·재개발에서 적용되는 집단대출도 소득심사 대상에서 빠졌다. 부작용도 갈수록 커졌다. 서민들은 시중은행에서 돈 빌릴 길이 막힌데다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떠안으며 저축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권으로 대거 떠밀려 나갔다. 3·4분기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액이 11조원에 달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자 부담이 큰 제2금융권의 대출액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최근 금리까지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니 가계부채 경고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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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8·25대책 이후 석달 만에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규제에서 빠졌던 집단대출과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주택담보대출의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처음부터 원리금 분할상환을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효과를 자신하지만 결과는 지켜볼 문제다. 더군다나 대출을 조이면서 소득은 적고 빚은 많은 한계가구가 늘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자칫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경우 그 충격은 이들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로 번질지 모른다. “금리가 상승하고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단기간에 악화할 수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고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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