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한령에 배터리 규제까지…우려되는 中의 압박

우리 기업에 대한 중국의 옥죄기가 세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배터리 제조사들이 반드시 중국에 지어야 할 설비규모의 하한선을 40배나 늘려 잡은 산업규제안을 내놓았다. 중국 본토에 갖춰야 할 생산설비를 대폭 확충해야 표준업체로 인증하겠다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의 경우 최소 생산설비 규모가 현행 0.2기가와트시(GWh)에서 8GWh로 40배나 늘었다.

이를 충족시키려면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우리 배터리 제조사는 중국 공장설비를 단기간에 2~3배 늘려야 할 처지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사실상 인증 승인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규제안이 이르면 내년 1월 확정될 예정이어서 2018년부터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보조금 지원이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우리 업체들의 진출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농후하다.


그러잖아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에 대한 걱정이 많은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한류금지령(禁韓令·금한령)을 내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중국 문화부가 9월 이후 한국 영화·드라마·콘서트 등을 한 건도 승인하지 않는 등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엊그제는 한류 억제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중국 관료의 글이 공개되기도 했다.

관련기사



문제는 중국의 압박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대책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잘못 대응했다가는 상황이 더 꼬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사드 보복인지,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는지 등 중국 정부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중(對中) 통상외교 채널 가동이 시급한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