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쟁의 승자 영국은 돈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유럽 대륙은 물론 아메리카와 인도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10개국이 참전했기에 최초의 세계대전으로도 평가되는 7년 전쟁에서 숙적 프랑스를 눌렀지만 과다한 전비를 사용한 탓이다. 재정난에 빠진 영국의 선택은 식민지 조세 강화. 우선 북아메리카 영국군의 주둔 비용 일부를 식민지에 부과시켰다. 식민지 주민들은 프랑스와 인디언의 침략에서 보호받으니 비용을 대라는 요구를 받아들였을까.
△정반대다. 조세부담률이 영국 본토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도 극렬하게 저항했다. 세금을 둘러싼 영국과 북아메리카 식민지 간 신경전은 결국 독립전쟁과 미국 건국으로 이어졌다. 식민지에 대한 세금 부과를 주도한 영국 정치인 찰스 타운젠트 경은 판단 잘못으로 미국이라는 보배를 빼앗긴 바보로 각인됐지만 경제사에도 흔적을 남겼다. 의붓아들의 유럽 여행에 붙여준 대학교수 출신의 가정교사가 프랑스 지식인들과 지적 교류를 통해 집필한 책자의 이름이 바로 ‘국부론’이다.
△국부론이 발행되고 식민지 13개주가 독립을 선언한 1776년, 돌풍을 일으킨 소책자가 하나 더 있다. 토마스 페인이 저술한 ‘상식(Common Sense)’. 식민지의 독립과 공화국 수립이야말로 명백한 진리이며 상식이라는 내용을 48쪽에 담은 이 소책자는 50만부가 팔려 나갔다. 인구가 250만명이었으니 글을 아는 사람은 모두 읽은 셈이다. ‘걸어 다니는 혁명’이라던 ‘상식’이 없었다면 미국 독립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됐을지도 모른다.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깨졌다. 1조원 이상을 원하는 미군과 우리 정부의 제시액과는 1,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미국의 요구는 무리하다. 한국이 낸 분담금이 쓰고 남아 미국에 송금하고 사용 내역도 밝히지 않으며 증액을 요구하는 반면 일본에게는 해마다 깎아주고 사용명세도 제출한다.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5.2배 큰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부담은 현 수준도 높다. 미국에 권하노니 독립전쟁에서 영국의 패인(敗因)중 하나 페인의 ‘상식’이었다는 점을 상기하시길. /권홍우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