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12년전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 재판시
제시했던 탄핵의 조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을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하면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 안건을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두달여의 심의 끝에 기각시킨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당시 판결문에서 “노 대통령이 일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한 위반은 아니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히면서 ‘탄핵이 필요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별도로 밝혔다. 바로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때’라고 적시했다. 당시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제시했던 ‘선거법 중립 위반’은 법 위반 사항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신임을 배신해 국정 운영 자격을 상실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가 밝힌 탄핵 요건으로 보자면 현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건은 기각되기 힘들다는게 법조계 안팎의 판단이다. 검찰이 공소 제기한 직권남용 등 법적 위반 부분은 향후 재판에서 사실 관계를 다투어야 하는 만큼 정확한 실체적 진실 파악까지 헌법재판소가 고민할 요소가 있긴 하지만 지난 한달여간 계속되는 수백만명의 국민 촛불 시위를 감안했을때 헌재가 정치적으로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 운영 능력을 상실했다’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곤두박질치며 4%까지 떨어졌다. 민심이 이반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안에서부터 흔들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이 박통의 대면 조사를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과 청와대의 가교 역할을 하는 최재경 민정수석도 사의를 밝히는 등 국정 운영이 내부에서부터 붕괴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박통이 핵심 과제로 추진해왔던 국정교과서 문제는 이준식 교육 부총리가 국정교과서 공개후 국민 반응에 따라 추진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국정 과제 추진의 혼란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