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다져진 ‘그랜저’의 기본기는 생각보다 탄탄했다. 지난 2011년 5세대 그랜저HG가 출시되자마자 프로젝트명 ‘IG’로 개발에 착수해 5년만에 선보인 신형 그랜저는 파격적인 변화 대신 기본 성능을 더욱 단단하게 다진 느낌이다.
지난 25일 강원도 홍천 샤인데일 CC에서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까지 1시간가량 신형 그랜저를 시승했다. 시승차량은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풀옵션 모델로 현대 스마트 센스, 19인치 알로이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탑재됐다. 가격은 4,505만원이다.
신형 그랜저를 처음 보는 순간 전면부 디자인이 쏘나타 등 다른 현대차 차종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쏘나타-그랜저-아슬란으로 이어지는 현대차 라인업은 최근 들어 ‘패밀리룩’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신형 그랜저는 전면 그릴과 현대차를 상징하는 ‘H’ 로고를 크게 키워 웅장함을 느끼도록 했다. 신형 그랜저에 적용된 캐스캐이딩 그릴은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았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향후 현대차의 다양한 차종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후면 디자인은 파격적으로 바꿨다. 좌우를 가로지르는 후면 램프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가로 라인의 발광다이오드(LED) 주간주행등(포지셔닝 램프 겸용)은 낮과 밤에 모두 점등된다.
차량 내부는 돌출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됐던 ‘i30’부터 디스플레이를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경쟁차종으로 꼽히는 ‘K7’이 제네시스와 유사한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내장 디자인을 추구한다면 그랜저는 3040세대를 겨냥한 듯 개성을 더했다. 대신 돌출형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뉜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외부로 빼면서 크래쉬패드 상단부를 낮출 수 있게 돼 보다 개방감이 좋아졌다. 편의성도 높였다. 디스플레이 화면과 조작 버튼 영역을 서로 분리하고 조작부 내의 멀티미디어와 공조 버튼은 상하로 나눠 배치해 보다 효율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제원상으로 신형 그랜저의 주행성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최대출력과 최대토크는 그랜저HG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시승한 가솔린 3.0 모델은 8단 자동변속기 탑재를 통해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m의 힘을 낸다. 이전 모델은 270마력이다.
하지만 고강성 차체 구조로 제작된 신형 그랜저는 차체 평균 강도가 기존 대비 34%나 개선돼 안전성과 주행성능이 더욱 탄탄해진 느낌이다. 특히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경쟁 모델에 비해 눈에 띄게 좋다. 독일차에서 느낄 수 있었던 묵직함을 차체와 스티어링휠을 튜닝해 묵직하게 만든 것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핸들을 조작할 때 운전자가 원하는대로 완벽히 차량이 움직이는 느낌을 받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체 구조 간 결합력 강화를 위한 구조용 접착제 9.8배 확대 적용한 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행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 그리고 운전 성향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모드를 설정하는 스마트 등 4개로 구성됐다.
신형 그랜저에는 이 밖에도 지능형 안전기술 브랜드 ‘현대 스마트 센스’를 최초로 적용했다. 현대 스마트 센스 기술은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보행자 인지 기능 포함)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 △부주의 운전경보 시스템(DAA)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어라운드 뷰 모니터(AVM) 등으로 구성된다. 운전하면서 차량 뒤편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주행 중 후반 영상 디스플레이는 새로 추가된 기능이지만 별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홍천=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