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자들 롬니 카드에 배신감”…암초 만난 ‘롬니 국무’
백기투항 요구까지…롬니는 침묵 유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롬니 국무장관 카드’가 막판에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 통합 차원에서 초대 국무장관으로 ‘정적’인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검토하고 있으나, 트럼프 당선인의 강경 측근들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면서 국무장관 인선이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롬니 비토 흐름이 갈수록 노골화하면서 일각에선 롬니 카드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의 수석고문인 켈리엔 콘웨이는 27일(현지시간) CNN 방송 인터뷰에서 “당 통합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대가로 국무장관 자리를 내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인을 그렇게 비난하고 방해한 롬니가 내각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 임명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는 미 전역의 수많은 사람이 내게 보내온 메시지의 강도와 범위는 그야말로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콘웨이는 또 “대선 때 ‘네버 트럼프’ 운동이 있었고, 롬니가 트럼프의 기질을 공격한 연설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내각 인선과 중립적 입장을 취해 온 콘웨이는 지난 24일 트위터에서 “소셜미디어와 개인적 통신을 통해 롬니에 대한 반대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충성파들이 롬니 국무장관 발탁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밝힌 뒤 ‘롬니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롬니가 국무장관이 되면 우리 모두 실망할 것”이라며 거듭 롬니 불가론을 폈다. 그는 “롬니는 대선 때 트럼프에게 악랄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승리하고 나니까 갑자기 과오를 인정하면서 ‘내가 한 악의적인 말들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롬니는 정말 진심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고 트럼프를 패배시키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폭스뉴스는 앞서 지난 25일 트럼프 정권인수위 일각에서 롬니 전 주지사에게 국무장관이 되고 싶다면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에게 퍼부은 비난에 대한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종의 백기 투항 요구인 셈이다.
롬니 전 주지사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일절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롬니 전 주지사는 이번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납세보고서에 ‘폭탄’이 들어있을 수 있다며 탈루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가짜’ ‘사기꾼’이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쓰며 끝내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인물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지난 19일 뉴저지 주(州)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만나 화합의 모습을 연출하면서 서로 ‘앙금’을 털어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이후 롬니 전 주지사는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떠올랐으나 강경 측근들이 반발하면서 국무장관 인선이 벽에 부딪힌 상태다. 더욱이 대선 기간 주요 고비 때마다 트럼프 당선인을 옹호하며 그의 곁을 지킨 ‘일등 공신’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이 애초 물망에 오른 법무장관을 고사하고 국무장관을 강력히 희망하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국무장관 인선 작업은 극심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이날 트위터에서 콘웨이를 비롯한 일부 측근들의 롬니 전 주지사 공개 비판에 대해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의 참모들이 이렇게까지 그들의 ‘보스’를 공개적으로 가두려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극히 이례적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