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새누리당 비박계가 개헌을 매개로 반문재인 전선을 구축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신경전이 격화하고 있다. 친문 성향의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반문 성향의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간에 펼쳐지는 대리전뿐 아니라 대권주자 간 ‘설전’도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 모두 개헌과 호헌의 이유로 촛불민심의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어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세의 주도권을 가진 쪽은 개헌파다.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치고 3위로 올라선 이재명 성남시장만 개헌 반대를 외치고 있을 뿐 하위그룹의 대다수 주자들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2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문 전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그는 “야권의 패권을 쥔 정치세력은 개헌에 대해 정략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 이대로 가자는 자들이야말로 권력에 눈이 먼 정략집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에 해야 할 일”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촛불민심이 만들어낸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판을 짤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탄핵 이후 헌법재판소가 최종 심판을 내리는 기간에 개헌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손 전 고문 외에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지원 위원장,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과 관계없이 개헌은 추진돼야 한다”며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안철수 대표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고 정 전 국회의장이 김무성 전 대표, 안 대표, 손 전 고문 등과 제3지대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탄핵안 의결 이후 반문세력이 개헌을 고리로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더 나아가 대선 가도에서 정치적 연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문 전 대표도 강경한 어조로 대응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역시 촛불민심을 근거로 “개헌은 적기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대전 지역 대학생 간담회에서 “개헌을 말씀하시는 분들의 정치적 계산이 제 눈에도 보인다”며 “그분들에게 ‘꿈 깨’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데 곁불을 쬐면서 정치적 이득을 계산하는 논의를 해선 안 된다”며 “그것은 촛불민심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성남시장도 개헌 논의에 대해 “정치 기득권 카르텔을 강화하는 내각개헌제를 매개로 정치 기득권자들이 제3지대 창당을 시도 중”이라며 “야권 일부는 국민이 불 끄느라 정신없는 틈에 방화범과 손을 잡고 곳간 차지할 생각에 여념이 없다”고 국민의당을 꼬집었다. 추미애 대표도 “여론도 이 엄중한 시국에 촛불민심과 어긋나게 불난 집에 군밤을 구워 먹겠다는 세력도 있구나 하는 것을 여론이 느끼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탄핵 동조를 이끌어내야 할 비박계를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비박의 협조 없이 어떻게 탄핵하느냐’는 비판을 하지만 오늘쯤은 여론의 흐름이 ‘(비박계와 공조를 하는 것은) 때아닌 개헌과 엮여 있구나’라고 눈치챈 것 같다. 그 흐름을 차단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