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 "디지털용 점착식 메모로 지구촌 사로잡았죠"

CES '최고 혁신상' 받아

삼성전자서 분사 5개월만에

글로벌시장서 눈도장 '쾌거'

PC·모바일서 작성한 아이템

점착식 메모용지로 출력 OK

혁신 인쇄기기 '네모닉' 개발

그림·도표도 프린트해 공유

내년 5~6월께 대량생산 돌입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가 28일 성남에 있는 스타트업캠퍼스 사무실에서 점착식 메모용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광우기자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가 28일 성남에 있는 스타트업캠퍼스 사무실에서 점착식 메모용지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광우기자


삼성전자에서 분사한 지 5개월밖에 안된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수많은 대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것. 그 주인공은 개인용 컴퓨터(PC)와 모바일 기기에서 작성한 아이디어를 점착식 메모 용지에 출력할 수 있게 해주는 인쇄기기 서비스 ‘네모닉(nemonic)’을 개발한 망고슬래브다.

정용수(36·사진) 망고슬래브 대표는 28일 경기도 성남에 있는 스타트업캠퍼스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수상소감과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정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지 5개월만에 얻은 쾌거라 기쁘기도 하면서도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심기일전해 글로벌 점착식 메모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깜짝 등장해 글로벌 전시회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둔 망고슬래브의 시작은 5개월 전이 아니라 2년 전이었다. 망고슬래브가 개발한 네모닉은 2년 전 삼성전자에서 진행하는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씨랩(C-Lab)에 출품된 아이디어였다. 기존의 점착식 메모가 갖고 있는 아날로그 방식의 메모 습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지털로 정리까지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제출된 아이디어였다. 당초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이 삼성전자를 퇴사해 사업화하는 것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멤버가 충원됐고 정용수 대표를 비롯한 현 4명의 망고슬래브 경영진들이 합류하게 됐다. 네모닉은 삼성전자 프린터 사업부에서 직접 제품화가 이뤄질 뻔했지만 전자제품보다는 오피스 문구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라 스핀오프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정 대표는 “당시 씨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부서에서 네모닉의 사업화를 돕는 일을 했었는데 네모닉을 직접 세상에 선보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디자인, 제품개발, 서비스개발을 담당할 4명의 구성원들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멋진 디자인으로 선보이자고 의기투합했는 데 그 노력을 너무 일찍 알아준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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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닉은 회의를 할 때 특히 유용하다. 최대 20명까지 연결을 할 수 있는 네모닉을 가운데 두고 회의 참가자들이 각자 메모나 아이디어를 곧바로 프린트해 공유할 수 있다. 기존에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포스트잇으로는 할 수 없었던 그림이나 도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도 바로바로 프린트해서 공유할 수 있는데다 프린트된 콘텐츠는 클라우드 서버에 바로 저장이 돼 분실 위험도 없다. 또 메모들이 모여 어지럽혀진 책상을 사진으로 찍으면 서버에 저장된 원본 파일을 작업 순서대로, 프린트 용지의 색상대로 인식해 바로 분류해 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정 대표는 “용지에 열을 가해 프린트하는 감열식 프린트 방식을 택해 잉크나 토너 걱정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며 “내년 1월 CES 전시회를 통해 완제품을 선보이고 5~6월 중으로 대량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모닉이 당장 노리는 타깃은 한번에 점착식 메모지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고객군이다. 정 대표는 “포스트잇 사용자 중 0.2%는 회의용 사용자들과 아이디어 보드를 만드는 사람들인데 이들이 사용하는 포스트잇의 양이 전체의 20%에 달한다”며 “점착식 메모 시장이 연간 1조1,000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이들만 잡아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네모닉은 사업의 시작일 뿐이고 앞으로는 회의 데이터와 회의 과정 등을 분석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남=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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