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업

트럼프, 對中·쿠바 강경외교에...美기업 '좌불안석'

"쿠바와 다시 단절" 언급에

민항기·호텔사업 물꼬튼 기업들

공화당에 로비·여론전 나서

구티에레즈 前 美상의 의장도

"냉전시대 회귀는 수치" 가세

中의존도 높은 다국적기업도

무역전쟁 저지 로비 움직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도 모른다.’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와 강경 외교 노선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당장 쿠바와의 ‘해빙 무드’가 흔들리고 중국과의 무역전쟁 가능성이 고조되자 이들 국가에서 사업 성장의 기회를 물색해온 기업들은 차기 트럼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로비전에 돌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차기 트럼프 정권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애써 물꼬를 튼 국교 정상화의 긍정적 효과가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날 트위터에 “만약 쿠바가 쿠바 국민과 쿠바계 미국인, 미국을 위한 더 나은 협상을 할 의지가 없다면 (오바마 정부에서 맺은) 협정을 끝내버리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양국 관계가 ‘국교 재단절’까지 내몰리지는 않더라도 재협상과 함께 일시적으로 교역이 중단될 수 있다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쿠바 유화정책을 비난해온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를 장악했다는 점도 쿠바 진출을 서둘러온 기업들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 당내 주류 인사들은 최근 “(국교 정상화로) 오바마 행정부는 라울 카스트로(국가평의회 의장)에게 힘을 실어준 꼴”이라며 언제든 양국 관계가 얼어붙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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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대쿠바 무역 재개와 투자 확대 등을 노리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힘을 실었던 기업 측 로비단체들은 서둘러 공화당과의 라인을 강화하고 여론전에 나서기 시작했다. 칼로스 구티에레즈 전 미국 상공회의소 의장은 “갖은 노력 끝에 민항기 운항을 재개하고 미국 기업들이 쿠바 내에서 호텔을 운영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냉전 시대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수치”라며 트럼프에게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농업 분야 대형 로비단체인 팜뷰로의 데이비드 샐몬센 역시 “정부의 투자제한을 받는 미국 기업들은 연간 20억달러에 달하는 쿠바 농업시장에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다른 경쟁자들에게 밀리고 있다”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난 수년간 중국 의존도를 높여온 다국적 기업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 무역전쟁’을 저지하기 위한 로비전에 돌입할 조짐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주장해온 강경한 보호주의를 고수할 경우 지금까지 총 2조2,800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한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은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특히 윈리조트와 퀄컴·애플 등 전체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따라 주가가 급락할 위험이 크다.

중국 시장 전문가인 제임스 맥 그레고르는 블룸버그통신에 “미국 기업들의 강력한 로비가 트럼프 당선인을 향할 것”이라며 미 상공회의소와 미중비즈니스위원회를 포함한 로비단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당에 강력한 지지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들 로비단체는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 견제하는 시스템을 십분 이용해 트럼프의 독단적 결정을 저지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로비단체가 정계 ‘아웃사이더’인 트럼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제한돼 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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