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전 폐쇄에 반대표 던진 스위스 국민의 현실적 선택

스위스 국민들이 2029년까지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27일 실시된 ‘원전 조기 가동 중단’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스위스 국민의 54.2%가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투표에서 전체 23개 주와 6개의 반주(半州) 중 찬성률이 더 높았던 곳은 4개 주와 2개 반주뿐이었다. 노후 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원전 중단이 가져올 에너지 부족 문제와 비용 증가에 대한 걱정이 더 크게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실론이 원전 조기 중단보다는 점진적인 폐쇄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법안은 1969년에 세워진 베츠나우 원전을 비롯한 원전 3기를 당장 내년까지 가동을 멈추고 나머지 2기도 가동 45년이 되는 2024년과 2029년에 각각 폐쇄해 ‘탈(脫)원전’을 하자는 것이 골자다. 스위스 정부는 애초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원전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가동 중인 원전 5기를 모두 폐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녹색당이 이 계획을 2029년으로 21년 앞당기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이번에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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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안이 통과되면 탈원전을 앞당길 수 있지만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는 스위스로서는 전력 수입이 불가피하게 된다. 원전을 수력발전 등으로 대체하면 410억스위스프랑(47조6,333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위스 국민들이 원전 조기 폐쇄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 등을 우려해 점진적 폐쇄를 선택한 이유다.

지난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후 우리 역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지만 원전 건설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석탄을 많이 쓰는 화력발전은 미세먼지와 온난화의 주범이고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효율성이 떨어진다. 무작정 원전 건설 반대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처사일 뿐이다. 원전 반대 주장에 앞서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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