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크라이슬러(FCA)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전격 방문한다. LG그룹 고위 인사들을 줄지어 만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동은 삼성전자가 FCA 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포기한 후 마련된 만큼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이 ‘하만 인수’라는 파격 행보로 전장 사업에서 존재감을 키운 상황에서 LG가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에 나설 경우 업계 판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마르키온네 회장은 30일 여의도 트윈타워를 방문해 그룹 최고위층과 회동하고 이후 LG전자·LG화학 등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잇따라 만난다. 그가 한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키온네 회장은 LG 본사 방문 이후 헬기를 통해 LG화학 오창공장과 인천 청라에 있는 LG전자 자동차부품(VC)사업본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LG는 LG화학의 배터리를 크라이슬러에 공급하며 협업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크라이슬러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미니밴 모델 ‘퍼시피카(Pacifica)’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업계에서는 마르키온네 회장의 이번 방한으로 두 회사 간 협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르키온네 회장의 전격 한국 방문이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와 관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LG 관계자는 “삼성이 하만과 마그네티 마렐리를 저울질한 끝에 하만을 택하면서 매각을 원하는 FCA와 전장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LG 고위 인사들 간 만남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인포테인먼트, 텔레매틱스(차량용 무선 인터넷 기술), 조명, 서스펜션 등을 생산하는 세계 30위권 자동차 부품회사다. 이 가운데 LG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분야다.
삼성 역시 하만을 인수하기 전 마그네티 마렐리의 전장 부분에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가격이 걸림돌이었다. 삼성전자는 마그네티 마넬리 인수가격으로 1조원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산정했지만 FCA는 3조원 이상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인수 예상가를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보고 있다.
FCA는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마그네티 마렐리의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자본 확충을 위해 마그네티 마넬리를 페라리처럼 분사시켜 오는 2018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실제 FCA는 지난해 10월 자본확충을 위해 페라리를 분사시켜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시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현금 보유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를 위해 통 큰 베팅을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면서 단기간에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LG도 묘수를 마련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