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개정된 수협법이 시행되면서 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에서 완전 독립한다. 수협은행은 독립 때 지원받았던 1조1,500억여원의 공적자금을 2028년까지 상환할 의무가 있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는 30일 지난 5월 19대 국회에서 통과된 ‘수산업협동조합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수협은행을 분리하는 등의 조직 개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수협중앙회는 이번 개편에 따라 국내 최고의 ‘산지-소비지간 직거래’ 수산물 유통채널을 구축할 방침이다. 또 수산식품 개발연구원을 설립하고 미국과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주요 지역에 거점 수출지원센터를 열어 수출 확대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재 수출지원센터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칭다오 등에서 운영 중이다. 또 경쟁력 있는 중소 수산물 생산·식품회사를 인수합병(M&A)해 수익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독립금융기관인 수협은행을 신설하는 것이다. 조직 개편으로 수협은행이 독자적인 금융기관의 길을 걷게 됐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수협은행 분리는 2013년부터 시행된 국제결제은행(BIS)의 건전성 규제(바젤Ⅲ)에 따른 불가피한 절차기 때문이다. 바젤Ⅲ에 따라 금융사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자기자본비율은 8%,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기본 자본비율은 6% 이상 유지해야 한다.
수협중앙회는 외환위기를 겪으며 생긴 신용사업부문 부실로 2001년 예금보험공사에서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바젤Ⅲ는 상환의무가 있는 공적자금은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한다. 바젤Ⅲ를 적용하면 수협중앙회의 자기자본비율은 8%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부실금융기관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는 수협의 조합원 출자 기여도와 공적자금 투입 등 공적 기능을 감안해 바젤Ⅲ 적용을 올해 11월 말까지 3년 연기해줬다.
당장 12월부터 바젤Ⅲ가 적용되기 때문에 신용사업부문인 수협은행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바젤Ⅲ가 유예된 데 이어 수협은행 분리에도 혜택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수협은행이 바젤Ⅲ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약 2조원 가량의 자금이 들어간다. 이 자금은 지난 2001년 예금보험공사가 투입한 공적자금 1조1,581억원을 출자전환하고 5,500억원은 정부가 채권이자를 내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정부가 5년간 내주는 이자만 700억원에 달한다. 수협중앙회가 조합 출자금과 임직원 급여 출자, 자체 채권조달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은 전체의 17% 수준인 3,500억원에 불과하다.
물론 수협은행 분리에 투입된 자금은 2028년까지 갚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일이 필수다. 수협은행은 지난해 기준 약 78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제공 받은 공적자금을 상환하려면 2028년까지 매년 700~9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매년 벌어들이는 순이익으로는 빚 갚기에도 힘겹다는 얘기다.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달성하지 못할 숙제다. 이에 수협은행은 △신사업 발굴 △자산증대 △해양수산금융 확대 △영업구조 개선 △생산적 조직문화 확산 등 5대 경영목표를 세우고 순이익을 내년 1,300억원, 2019년 1,500억원, 2021년 1,700억원 수준으로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번 방안을 두고 수협중앙회는 혁신을 꺼린다는 지적도 있다. 조합장 선거 과열 등을 막기 위해 농협은 자산 2,500억원 이상 단위조합은 비상임 조합장을 두고 있는데 지난 5월 통과된 수협 법안에는 자산총액이 큰 수협 단위조합 조합장을 비상임화하는 방안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중앙회 지도경제사업 대표이사의 임기를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상임이사를 집행간부로 전환하는 방안을 내놓는 데 그쳤다. 다만 이사회 인원은 28명에서 2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서장우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은 “수협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인 수산물 유통과 판매, 수출 등에 전념하게 할 것”이라며 “수협은행도 자본 확충으로 경영이 더욱 안정되고 경쟁력 향상과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