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건물에서 열린 ‘2016년 정부3.0 국민디자인단 성과공유대회’의 행사장 곳곳에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각 지역 사투리가 들려왔다. 이른 아침부터 비행기와 기차 등을 타고 서울에 도착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1년간의 결실을 선보일 생각에 들떠있었다. 서비스디자인 개념을 활용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제안부터 집행, 평가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 만큼 주민들은 각자의 발표자료를 여러 번 확인했다. 경북 고령 디자인단 관계자는 “아이를 키우듯 만들어 온 우리 지역 디자인 정책의 과정과 결과를 자랑하고 싶은 생각으로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며 “오늘 꼭 1등을 해서 우리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20곳과 중앙부처 4곳을 합쳐 총 24개의 과제 발표대회는 오전과 오후로 나눠 열렸다. 지역 주민들은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보람은 직접 낸 의견이 현실에 적용되는 것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상도 지역의 한 주민은 “6월부터 3개월 간 디자인단원으로 활동한 기간이 행복했다”며 “처음 들을 때는 무엇인가 싶던 서비스디자인 기법을 실제로 지역 생활에 적용해 보니 어렵지 않았고 생각을 구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네 길고양이가 지붕 사이를 위태롭게 건너다니는 것을 보고 지붕 사이에 작은 생태 다리를 설치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의견은 디자인단 회의에서 채택됐고 지금은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들러 사진을 찍는 필수코스가 됐다.
축제 분위기가 계속됐지만 현장평가단의 심사 시간만큼은 정적이 흘렀다. TV 경연프로그램처럼 전문가 심사단의 사전평가와 현장에서 발표를 들은 현장평가단의 실시간 평가를 50대 50으로 반영해 수상자가 선정되기 때문이었다. 모든 투표가 끝나고 최종 수상작으로 7개 지역 과제가 호명되는 순간 행사장에는 희비가 엇갈렸다. 수상한 지역의 주민들은 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상을 받지 못한 지역 주민들 중 일부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올해 국민디자인단 성과대회 대상의 영예는 낡은 산업단지 환경을 아름답게 꾸며 개선을 이뤄낸 인천광역시의 ‘Let 美 공장’ 프로젝트에 돌아갔다. 최우수상에는 지역 조리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빵을 만들어 팔도록 ‘청년카페’를 마련한 경북 고령군과 민간기록물 탐사대를 운영한 경남 거창군이 뽑혔다. 우수상으로는 제주도 하례리 생태마을과 경기 안산시 공동체 숲, 서울 중구의 골목문화, 관세청의 국민안심 해외 직구 서비스 등이 뽑혀 생활과 밀접한 과제들이 평가 점수를 높게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 날 시상식 후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정부3.0의 시대에는 국민의 작은 아이디어와 참여가 지역발전은 물론 국가발전의 동력이 된다”며 “오늘 행사장에 걸린 ‘국민이 정책 디자이너’란 표어처럼 앞으로도 정책과 행정서비스 디자인에 국민 여러분들이 적극 참여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2014년부터 정부3.0의 일환으로 시작된 국민디자인단은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협력해 3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총 382개 과제에 3,000명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