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P2P 대출 규제 - 반대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막 싹튼 신산업 발목 잡아선 안돼

급성장하는 개인 간(P2P·Peer to Peer) 대출 시장 규제를 놓고 업계와 금융당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P2P 대출은 중개업체가 대출이 필요한 사람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와 연결시켜 주는 신개념 금융서비스다. 올 들어 누적대출액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급증하면서 최근 금융위원회는 투자액 한도를 제한하고 P2P 업체가 자본금으로 먼저 대출해준 뒤 추후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대출금을 메우는 ‘선대출’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금융당국 규제에 찬성하는 쪽은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와 대출자를 연결하는 서비스인 만큼 돌발적인 중개업체 금융사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는 합당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고액투자와 선대출을 막을 경우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도 못한 시장을 죽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지난 11월 초 금융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지침)’ 제정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개인 투자자에 대해 대출중개업체당 투자 한도를 연간 1,000만원(건당 500만원)으로 제한하는 안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해 P2P 대출중개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 금액이 대부분 1,000만원을 넘는 업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투자 한도를 설정하게 되면 업계가 영업을 할 수 없어 시장이 커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상에서 대출중개업자의 운영 체계를 통해 투자자와 자금 수요자인 차입자 사이에 대출 거래를 하는 P2P 대출 거래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드디어 금융 당국이 그동안의 관망 자세에서 규제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런데 금융 당국이 처음으로 내놓은 규제 방안이 업계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아직 P2P 대출 거래에 대한 법제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 한도 설정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규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투자 한도를 설정하게 되면 차입자 선정을 잘해 투자 수익이 높은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대출중개업체에 개인 투자자가 더 투자하고 싶어도 추가 투자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P2P 대출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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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개인 투자자에 대한 투자 한도를 두지 않고도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P2P 대출 시장을 키울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없을까. 이에 대한 답은 차입자에 대한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차입자에 대한 보다 정교한 신용 평가 기법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출 거래에서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차입자가 거짓 정보를 제공해 그러한 거짓 정보를 믿고 투자자가 투자했을 때이다. 따라서 규제의 방향은 이러한 허위 정보가 공시되지 않도록 법제적 기반을 갖추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거짓 정보를 제공한 차입자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하고 손해 배상 책임을 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 규제 방향일 것이다. 또한 차입자에 대한 정확한 신용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수립도 투자자의 손실을 막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P2P 대출 규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필요하다. P2P 대출 상품도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금융투자상품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상품 판매업자의 불완전 판매가 없는 한 판매업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듯이 이와 동일한 접근 방법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투자 한도가 없는 것처럼 P2P 대출 상품에 대한 투자 한도도 굳이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 한도 설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관련 근거 법률을 제정하는 일이다. 이제 막 성장하고 있는 P2P 대출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시급히 필요한 일은 행정지도인 지침을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주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현재 P2P 대출 거래에 대한 법제가 완비돼 있지 못하다 보니 여러 법적 불안정성에 노출돼 있다. 투자자가 대부업을 영위하는지 여부, 대출중개업이 대부업법상의 대부중개업에 해당하는지 여부, 대출 채권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상 채무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해결해줄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 또한 대출중개업자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해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감독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실한 대출중개업자들이 난립하는 것을 막아 건전한 시장을 유지할 수가 있다. 투자자의 자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투자자의 자금을 신탁으로 설정하거나 제3의 기관에 예치하도록 해야 한다. 과장 광고나 부당한 투자 권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렇게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져야 핀테크 산업의 주자로 각광 받는 P2P 대출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16일 민병두 국회의원 주최로 P2P 대출 거래의 법제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이제 국회와 금융 당국은 업계와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P2P 대출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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